[시선뉴스 이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배우 박정민이 연기한 진태와 영화 ‘말아톤’에서 조승우가 연기한 초원이, 그리고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레이몬드는 모두 자폐증 환자이다. 

자폐증은 일종의 발달장애로 다른 사람과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감도 일어나지 않는 아동기 증후군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낸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자폐증은 아동기의 증상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다른 유형으로 변하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청소년 자폐증, 성인 자폐증으로 이어지는 만성적인 질병으로 실질적인 완치는 어려운 증후군이다. 

따라서 치료는 보통 자폐 증상으로 인한 부적응적인 행동을 완화하기 위한 행동 치료법에 머물었는데,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이 자폐증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밝히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픽사베이

2018년 1월 31일 김철희 충남대 생물과학과 교수팀과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팀은 이탈리아 트렌토대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자폐증에 관련된 유전자 ‘삼돌이’(samdori)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삼돌이’는 자폐증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로 불안, 공포, 우울증 등 동물의 기본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졌으며, 동물의 뇌에서만 단백질을 발현하는 새로운 유전자이다. 연구진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단백질 '사이토카인'(cytokine)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찾던 중 세 번째로 이 유전자를 발견하여 ‘삼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유전자는 사람 등 포유류에서 물고기에 이르는 등 척추동물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시키자 실험동물들은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나타냈다. 

한편 연구진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 3만2천명 이상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삼돌이가 자폐증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를 이끈 김철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신경계 사이토카인 발견과 함께 유전자가위 기술, 환자 유전체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규명한 것이다. 향후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조울증 등 정신질환 신약 개발의 분자 타깃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월 16일 자에 실렸다. 삼돌이의 발견으로 자폐증 환자에 대한 치료에 긍정적인 길이 열리길 바라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