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남북이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5일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2010년 10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재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합의 내용이다. 북측은 그간 그토록 반발해 왔던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훈련(2월 말) 전에 상봉 행사를 개최하는 결단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상봉 협상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고, 추후 인도적 문제 해결에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협상 의제를 상봉에만 집중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설 계기 이산상봉을 제의할 때만해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다"며 상봉 행사를 완곡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북측의 입장이 달라진 건 지난달 16일 "비방ㆍ중상 및 군사적 적대행위 상호 중단"을 주장한 국방위원회 중대제안이 나오면서부터다. 북측은 정부가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자 24일 재차 공개서한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요구와 함께 이산상봉도 다시 열자고 역제안했다.

▲ 통일부 제공
불과 20일 만에 바뀐 북한의 태도에는 분명 어떤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점은 일련의 변화 흐름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중대제안이 김정은 특명에 따른 조치임을 강조하며 위장평화 공세 의혹을 벗어나려 애썼다"며 "김정은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이후 가중된 위기의 돌파구로 남북관계 개선을 상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절박한 사정의 배경엔 경제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자체 생산능력이 부족한 북한 입장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역 증대가 필수적인데, 북한은 현재 장거리로켓 발사와 잇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어 뾰족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변화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식령 스키장이 금강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금강산관광이 정상화하면 관광객 동원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산상봉이 남북관계의 선순환 구도로 이어지기 위해선 국제제재를 초래한 북핵 문제에 대한 자세전환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지만 북한이 그 수준까지 나아갈 의지가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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