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광윤]   2013년에 일어난 국내외 사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북한 장성택의 처형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별개로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볼 때는 장성택의 처형으로 김정은 정권의 기반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것 같다. 반면에 북한 체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통합진보당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이다. 이석기 의원 등 상당수의 핵심 간부들이 형법상의 내란음모죄로 구속된 바 있고, 곧이어 정부에 의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소송을 당한 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걸 대조적인 장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김정은 정권 역시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이 상징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다.

    주지하듯이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 정권 및 김정일 정권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김정은의 나이 자체가 적은 데다 북한 인민들이 김정은을 받아들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못했다. 굶주림과 지나친 통제와 억압, 앞날에 대한 절망이야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정보들의 끊임없는 유입으로 일부 특수 계층을 제외하고는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와해된 상태이다. 오로지 공포 정치만이 유일한 정권 유지 수단인데,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으로 선대 정권들보다 그 수단을 강화하는 것이고, 그 상징적인 조치가 고모부인 장성택에 대한 처형이었다. 이는 김정은 스스로 체제를 이끌어갈 자신감과 명분을 상실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 막강하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를 통치했던 소련 공산당도 70년밖에 지탱하지 못했다. 북한 김씨 일가 정권은 내년이면 70년을 맞이한다. 운이 좋아 당분간은 버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4,5년 안에 중대한 변화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은 70이라는 숫자가 주는 마력 때문이 아니라, 이미 여러 여건상 망했어야 했을 정권이 장성택의 처형을 통해 스스로 그 운명을 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상상 이상으로 오래 지속해 온 것은 소련, 중국 등 주변 공산 국가들의 지원에 힘입은 탓도 있었고, 외세로부터 한민족의 자존과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통치 이데올로기, 즉 주체사상이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 공산 국가들은 사라졌거나 그 관계가 예전만 못하고 통치 이데올로기는 굶주림 앞에서 공허한 존재로 전락했을 뿐이다.

 
    여기에 북한 체제를 추종해 온 대한민국 안의 종북 세력의 존재가 북한 체제의 연장에 알게 모르게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종북은 아니더라도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의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과 저자세 정책은 북한 정권의 존재이유를 오히려 높여주었다. '햇볕정책'의 취지는 북한의 옷을 벗기는 데 있는데, 그와는 너무나 다른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언필칭 평화를 위한 햇볕정책이라고 강변했지만, 오늘날 '핵 무장' 운운하는 북한의 현주소를 볼 때 햇볕정책은 파산한 것이나 다름없다. 협박이든 구걸이든 대한민국이나 중국 등 외부의 지원으로 기생(寄生)하는 것 자체가 '주체'와는 너무나 다른 생활양식이고, '주체'의 사망선고를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그 이전의 역사를 포함해 숱한 고난 속에서도 좋은 문화와 전통을 이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와 부러워할 만큼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우리 스스로는 이런 현주소에 대해 만족을 하지 못하거나 폄훼하는 경향마저 있지만, 오히려 바깥의 시각은 찬사 혹은 부러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극악무도한 북한 체제는 한민족 역사의 수치(羞恥)이고, '역사의 미아'나 다름없다. 이런 일이 가능한 데는 소련 등 국제 공산주의 세력의 세계 혁명이라는 몽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반도 안에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1980년대에는 대학가를 점령했고, 지금도 그런 낡은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종북 세력이 국회에 입성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북한 체제에 우군이 되었던 통합진보당 등 종북 세력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데다, 종북 세력과 연대를 했고 친화적이었던 민주당은 이들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햇볕정책 등 기존의 민주당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의 태도 변화는 일차적으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장성택 처형이 커다란 계기가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재집권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다. 바꾸어 말해서 대한민국 안에 북한 체제를 옹호할 만한 세력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김정은 정권이 내부적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정세 변화는 김정은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고 말 것이다.

    비록 통합진보당은 철퇴를 맞을 운명이지만,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상존해 있다. 사회민주주의 등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진보 혹은 좌파 그룹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지만, 한반도를 식민지 혹은 외세(미국)의 점령지로 규정하는 언필칭 '민족주의' 세력은 진보의 방해꾼들이다. 이들은 심지어 교단까지 접수해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가치관마저 오염시키고 있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 투쟁'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 편향의 교과서에도 시정할 여지가 적지 않지만, 반대로 좌 편향의 교과서나 가르침은 더 심각하다. 하지만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결을 이런 시대착오적인 세력이 막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에 위해를 가하려는 자까지 헌법이 보호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석기 의원 그룹과 통합진보당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이해관계에 적대적인 자들이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등 북한의 김씨 일가와 종북주의자들은 이번에 한꺼번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와 대한민국에 평화가 조성되고, 명실상부한 민주주의를 구가할 수가 있다. 이들이 철폐를 요구하는 국가보안법은 이들 때문에 필요한 것이고, 이들이 사라지면 국가보안법도 사실상 폐기될 것이다. 말하자면 북한과 종북 세력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신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좋든 싫든 작금의 글로벌 시대는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자원의 한계와 환경 위기 등으로 경쟁력을 드높이거나 유지하는 것은 날이 갈수록 힘겨운 일이다. 대한민국은 어느덧 '성숙 국가'의 반열에 올라 더더욱 그렇다. 요컨대 3퍼센트 내외의 성장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표방하는 '창조 경제' '창조 사회'가 바람직한 대안이지만, 이것만으로 활로가 열리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한민족 경제공동체'의 구성이 유력한 활로가 될 수 있다. 북한 정세의 변화는 사실상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보다 질서 있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한민족 경제공동체'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대로 '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장성택의 처형과 이석기 그룹의 내란음모 사건--이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70년 가깝게 한반도의 진로를 방해해 온 분단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사 속에서 모든 주의(主義)나 유파(流波)는 하나의 시기를 갖는 데 지나지 않는다. 공산주의는 지나가 버릴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가 지나가는 일은 없다."라는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전 프랑스 대통령의 금언이 가슴에 절절이 와 닿는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촉발하는 국수주의(國粹主義)가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고 주변 강대국들의 시소게임이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는 시점이어서인지 대한민국이란 조국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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