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이정선] 공부를 하지 않는 자식에게 부모는 이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직원의 수행능력을 높이기 위해 사장은 직원의 월급을 어느 정도 올려주기로 한다.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선거 출마자는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강한 압박을 가한다.

흔히 이러한 ‘당근과 채찍’은 결과적으로 효과를 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효과를 보고 난 뒤 추후 또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이때와 같은 보상과 처벌을 가하면 이들은 반응할까? 답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아이의 더 높은 성적, 직원의 더 높은 수행능력, 유권자들의 더 많은 표, 북한의 더 확실한 핵무기 개발 저지를 위해서는 전보다도 더 많은 보상과 처벌이 필요하다. 이를 ‘크레스피 효과’라고 부른다.

‘크레스피 효과’는 한마디로 보상과 처벌이 효과를 내려면 점점 더 강도가 세져야 함을 말한다. 1942년 미국의 심리학자 레오 크레스피(Leo Crespi)가 처음 정의내린 이론이다. 이를 위해 크레스피는 하나의 실험을 하였다.

크레스피는 쥐가 미로 찾기를 성공할 때마다 A집단의 쥐에게는 먹이 1개씩을, B집단에게는 먹이 5개씩을 보상으로 주었다. 그 결과 먹이 5개를 받은 B집단의 쥐들이 더 빨리 미로에서 탈출하였다. 이후 크레스피는 A집단 쥐들의 보상을 5개로 늘리고, B집단 쥐들의 보상은 1개로 줄였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보상을 늘린 A집단의 쥐들이 B집단의 쥐들보다 훨씬 더 빨리 미로를 탈출하였고, 보상을 줄인 B집단의 쥐들은 A집단의 초기 성적에 비해 훨씬 낮은 수행능력을 보였다. 이는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의 보상을 받느냐가 일의 능률 향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실험이었다.

크레스피는 이 실험의 결과를 근거로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미국의 전통적인 팁 제도에 반대 운동을 벌였다. 그는 팁이란 종업원의 친절한 서비스를 끌어내기 위해 주는 일종의 보상인데, 이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져 팁을 당연히 줘야 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통 당근 전략은 긍정적 수행능력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적절히 사용할 경우 시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도출한다. 하지만 크레스피가 앞서 제기했던 것처럼 경제적인 혹은 물질적인 보상이 당연시 되면 계속해서 ‘전보다 더, 전보다 더’를 원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전보다 더 보상을 철회하는 등의 채찍을 가하면 당사자에게 자극을 주기보다는 업무 수행능력이 더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물질적 보상뿐 아니라 언어적인 보상도 크레스피 효과가 적용된다. 칭찬이 계속되면 칭찬이 당연해지다 점점 부담감을 갖게 되고, 질책이 계속되면 이는 점점 비난, 언성, 폭언 등으로 나아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누군가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크레스피 효과를 떠올리며 어떻게 적절히 당근과 채찍을 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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