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정선] 채찍은 짧은 막대기에 가죽끈을 달아 동물을 모는데 쓰거나 사람을 벌 또는 고문할 때 쓰이던 도구다. 채찍의 특성은 작은 힘으로 휘둘러도 채찍의 끝에서는 엄청난 충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채찍의 길이가 길수록 더욱 강해지는데 이런 채찍의 특성을 딴 경제 현상이 있다. 

채찍효과(Bullwhip effect)란 소비자의 물건 구매로 인한 주문 정보가 공급 사슬을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왜곡이 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 햄버거 매장에서 하루에 팔리는 햄버거가 1,000개라고 가정하자. 이 햄버거는 많이 팔리면 1,100개가 나가고 덜 팔리는 날에는 900개 정도가 나갈 것이다. 이 때 햄버거의 패티를 공급하는 업체에서는 물건이 없어서 팔리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지 말아야 하므로 최대치보다 조금 더 많은 1,200개의 패티를 생산하게 된다.

그리고 패티에 들어가는 소고기를 제공하는 업체는 같은 이유로 적어도 1,200개보다 더 많은 1,300개 분량의 소고기를 생산해야 하며 이 업체에 소를 납품하는 농가에서는 1,400개 분량의 고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소를 키워야 한다. 애초에 햄버거 매장에서 필요한 패티는 최대 1,100개 이지만 농가에서는 300개나 더 초과해서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패티를 제공하는 과정이 이것보다 더 복잡하다면 그 초과분량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바로 채찍효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공급사슬에 있어 최종적인 소비자의 작은 변동 사항이 공급사슬 전체에는 점점 더 커다란 파동으로 나타나 정확한 수요예측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수요의 증가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수요가 줄어들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채찍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첫 번째 각 단계에서 다른 수요예측을 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판매점의 데이터만을 가지고 수요예측을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겠지만 각 단계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판단을 따로 하기 때문에 상위 단계로 갈수록 왜곡이 심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단계들이 더 많으면 많을수록 왜곡의 정도는 더 커진다. 

두 번째 이유는 공급망에서의 분배문제이다. 공급업체의 생산량은 일정한 상태인 상황에서 수요가 늘면 매장은 더 많은 양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공급업체는 평소의 일정부분만 제공을 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매장은 더 많은 양을 공급받기 위해 주문량을 고의적으로 더 늘리고 공급업체는 이에 따라 생산설비 등을 추가하여 생산량을 늘리게 된다. 문제는 매장에서 이렇게 추가적으로 주문한 것을 모두  소화하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게 되지 않게 되면 채찍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일괄주문 방식에 따른 왜곡이다. 제품이 팔리면 바로 재료를 구매해야 하는데 일정 단위의 재료가 다 팔린 후에야 주문을 하게 된다. 공급 업체는 여러 납품처에서 동일한 시점에 한 번에 주문을 받으면 일정 시점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판매가 될 때마다 주문을 받아야 하는데 일괄로 받다 보니 정확한 수요 파악을 확인할 수 없으며 단위가 커지고 운반비 등 고정비용이 커지다 보니 한 번에 많이 쟁여 놓았다가 재고로 남는 경우도 생긴다. 

네 번째로 가격의 변화가 있다. 생산업체가 매장이나 도매 업체에 일정 기간 할인을 해 주면 수요가 없더라도 일단 대량으로 구매해 놓는다. 재료를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수요를 고려한 상황이 아니므로 재고가 쌓일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이처럼 채찍효과가 발생하면 재고가 쌓이고 생산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수송 및 유통과정에서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또한 고객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 있으며 수익의 감소가 야기될 수 있어 가급적이면 채찍효과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 좋다. 

채찍효과는 정보화시대가 되어 데이터 전산화와 컴퓨터를 통한 정확한 분석으로 인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채찍효과가 0이 되어 최적의 유통구조가 이뤄질 수 있는 시간이 곧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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