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 거부. 가능성은 열어둬...

[시선뉴스 이호] 북한이 우리 정부가 9일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재개하자는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북한은 추후 행사 개최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실무 협의 자체를 회피하여 이산상봉이라는 카드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했던 정부의 구상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이날 판문점을 통해 통일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10일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는 우리 측 제의는 거부하지만 향후 남북관계 상황을 지켜보며 대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명시적 언급은 없었으나 지난해 이산상봉과 금강산관광 연계하자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설은 계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고려된다"고 말해 추운 날씨와 촉박한 일정을 직접적인 상봉 거부의 이유로 내세웠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또 "남측은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 무엄한 언동을 했을 뿐 아니라 총포탄을 쏘아대며 전쟁연습을 벌였다"며 상봉 거부의 책임을 우리 정부로 떠넘겼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한 신년사에 우리 정부가 의구심을 보이고, 2일 군의 '신년 적 전면전 격멸훈련'을 문제로 삼은 것이다.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북핵 문제와 장성택 숙청을 언급한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종래의 대결적 자세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북측의 이산상봉 거부에 유감을 표시했다. 김의도 대변인은 "북한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은 말로만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산상봉과 북측이 제기하는 문제가 별개의 사안이라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상봉행사 성사를 휘한 북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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