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이연선] 안타깝지만 지난해 온라인상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던 단어가 있다. 바로 ‘혐오’, ‘극혐’이다.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의 이 단어는 종종 단순한 혐오심을 넘어 ‘헤이트 스피치’라는 무서운 선동도구로 변모한다.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한국어로는 증오언설 또는 혐오발언으로 불리는 이 단어는 특정한 인종이나 국적, 종교, 성별 등을 기준으로 일부 사람들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을 일컫는다.

이런 발언들은 소규모 공간을 넘어 보다 공공적인 공간에서 행해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효과를 낳게 되는데, 국제 사회에서는 이미 이 헤이트 스피치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과거 1994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발생한 대학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르완다에서는 일부 유명 정치언론인과 종교인이 언론매체를 통해 헤이트 스피치를 쏟아냈다. 이에 유엔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는 헤이트 스피치가 대량 학살을 선동한 원인으로 판단해, 이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국내에는 2013년에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사례가 소개되며 알려졌다. 재특회는 일본의 극우세력으로 2013년 3~8월 사이 도쿄나 오사카 거리에서 재일 한국인을 대상으로 “조선인은 떠나라, 조선인을 죽여라”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약 161건이나 단행했다.

이후 일본 각지에서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가 무섭게 확산했는데,  같은 해 7월 7일 일본 교토 지방법원은 이 극우단체의 시위에 대해 인종차별철폐조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손해 배상과 시위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는 일본 법원이 한국인을 향한 극우시위에 제동을 건 첫 사례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법적 규제와는 달리 일본은 아직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일각에선 극우주의자로 인해 재일 한국인들 신변이 여전히 위협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일본 내에서 시행된 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헤이트 스피치를 알고 있는 사람 중 17%는 ‘표현의 자유’, 10.6%는 ‘당하는 쪽의 문제’라고 답하는 등 여전히 옹호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극우세력의 헤이트 스피치는 한일 간의 정치적, 역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가 간의 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하듯 아무 잘못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부디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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