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2016년 9월 황당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술에 취한 30~40대 남성 3명이 헬기 위에 올라가 장난을 치다가 주요 부품을 손상시켜 수십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수리비를 물어줘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들이 손상시킨 헬기는 단국대병원 헬기장에 보관 중이던 닥터헬기였다. 

‘닥터헬기’란 도서, 산간 등 응급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신속한 이동을 돕기 위한 응급 의료용 구조헬기이다. 각종 응급의료장비를 탑재하고 응급의학전문의가 탑승해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수송하는데, 본 명칭은 응급구조헬기(Air ambulance)이지만 한국에서는 의사가 동승하기 때문에 닥터헬기라고도 부른다.  

[닥터헬기_픽사베이]

닥터헬기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 지형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도서, 산간지역이 많아 그 지역에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 지형의 특성상 신속한 이송이 어렵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 각 광역자치단체가 협의 하에 2011년부터 초음파진단기 등 첨단의료장비와 약물을 탑재하고 응급의학전문의가 탑승하는 응급의료 전용헬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닥터헬기는 2011년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과 전남 목포 한국병원을 시작으로 2013년 강원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과 경북 안동병원, 2014년 충남 단국대 병원, 2015년 전북 원광대 병원 등 총 6곳에 배치되어 지역을 확대해왔다.

나아가 최근 중증외상센터 외과의사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환경을 호소하며 요구한 닥터헬기의 추가 지원을 청와대가 받아들여 2022년까지 닥터헬기 5대를 추가해 총 11대의 닥터헬기가 운영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 닥터헬기가 도입 6년 만에 5천 번째 환자를 이송하는 임무를 완료하며 의료 불모지에 놓인 응급환자를 위한 날개가 되어주고 있다.

하지만 닥터헬기가 본래 당국이 홍보하던 내용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정부는 닥터헬기 도입 시, 응급 환자의 요청 5~10분 내에 출동한다고 홍보했으나 실제 출동 요청 약 7200건 중 약 2200건인 30% 정도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동하지 못한 이유 중 대다수는 날씨와 환경문제(52.9%)였고 이미 출동해 임무를 수행 중인 경우(10.3%)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2011년 35건에 불과했던 닥터헬기 미 출동 건수가 매년 증가해 2016년에는 1711건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복지부는 환경적 요인으로 헬기를 운용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닥터헬기를 당장 필요로 하는 응급환자와 보호자들이 이러한 상황을 미리 알지 못하여 다른 방안을 대비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닥터헬기가 응급환자 이송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헬기와 의료 인력 등의 요인으로 인해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추가될 5대의 닥터헬기 외에도 닥터헬기 이륙장의 증설 등의 조치를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환자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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