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영화 속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등장한다. 영화의 퀄리티를 위해서는 소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스태프 중에는 소품팀이 따로 존재해 소품을 대여하거나 직접 제작한다. 그런데 전쟁영화나 액션영화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품이 있다. 바로 ‘총기’이다. 무엇보다 총기만큼은 영화계에서 전문가가 따로 존재한다. 국내 유일의 총기전문가 ‘이주환’ 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PART 1. 총기전문가 이주환 실장, 그가 하는 일을 들여다보다

출처/이주환 총기전문가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영화계에서 총기 실장을 맡고 있는 이주환입니다.

-반갑습니다. 총기전문가, 총기 실장이라는 말이 많은 분들께 생소할 것 같아요. 무엇을 하는 일인가요?

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전쟁영화나 액션영화에서 사용되는 총기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쓰이는 총기는 크게 두 종류인데요. 아무런 기능이 없고 모양만 있는 “더미총 (Dummy Gun)”과 실탄발사는 불가능하고 공포탄만 발사 가능한 “프롭총기 (Prop Gun)”로 나뉘는데, 저는 후자인 “프롭총기”를 관리하고 있죠.

-직업이 특별한 만큼이나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유일한 총기전문가라고 들었어요. 그럼 모든 일을 혼자 하시는 건가요?

네. 그렇죠. 영화계의 다른 파트, 예를 들어 촬영, 조명, 미술, 소품, 의상 등 대부분의 팀들은 한국영화의 등장과 함께 생겨나서 몇 십년간 유지되어 온 영역이라 영화제작사에서 그 필요성을 알고 고용하지만, 제 직업은 제가 최초로 만든 직업이에요. 그래서 아직 각 영화제작사에서 저의 존재를 모르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저의 일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이 혼자 일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이주환 총기전문가

-최초로 만든 직업이라니 대단하시네요. 영화에 많은 종류의 총들이 등장하잖아요. 이 총기들은 어디에서 준비하나요?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총기소지가 불가능한 나라여서 총기를 보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경찰의 특별허가를 받아 외국의 총기업체에서 일시적으로 수입해서 영화촬영기간만 사용한 뒤 다시 외국으로 수출해야 합니다.

-아 신기하네요. 그렇게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군요. 이 직업의 일과가 궁금해졌습니다.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필요한 총기는 경찰허가를 받아서 사용하는데, 그 규정 중 총기보관은 촬영지 인근의 경찰서 무기고에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낮 촬영의 경우, 아침에 경찰서로 출근해서 경찰관 입회하에 무기고에서 총기를 꺼낸 뒤 촬영장으로 이동합니다. 촬영장에 도착한 후에는 조감독이나 연출부에게 촬영순서를 전달받고 촬영순서에 따라 필요한 총을 준비하죠. 촬영 내내 총기관리를 하게 되고요. 촬영이 끝나면 다시 경찰서로 가서 경찰관 입회하에 무기고에 입고하면 하루일과가 끝이 납니다.

출처/이주환 총기전문가

-총기를 다루는 일이다보니 아무래도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나요?

저희가 사용하는 총들이 실탄발사가 불가능한 총이기는 하나, 공포탄을 사용하는 관계로 총구 앞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총구 앞에서 나오는 불꽃과 압력이 너무나 강하기에 항상 안전에 유의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큰 사고는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되겠죠.

-이쯤 되니 실장님이 참여한 영화 작품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최근 개봉한 영화 기준으로 말하자면 택시운전사, 군함도, 인천상륙작전, 대호, 암살 등이 있고요. 이외에도 다수 작품에 참여 했습니다.

-정말 많은 작품에 참여하셨군요. 그 중 주인공들이 사용한 총기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출처/이주환 총기전문가 제공

영화 <암살>에 사용됐던 총기 2개를 설명해드릴게요. ‘Mosin Nagant M1891’ 이 총은 “제정 러시아(소련 이전)” 당시 개발된 볼트액션 소총으로 1891년에 최초로 등장했습니다. 1차 대전과 러시아 혁명, 2차 대전,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용으로 오랜 기간 사용되었으며, 특히 러시아 내전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철수중인 “체코 병단”으로부터 이 총을 대량으로 구입한 독립군이 청산리 전투에서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죠. 따라서 영화에서 독립군으로 등장하는 ‘안옥윤’이 이 총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헐리웃 영화 <에너미 엣더 게이트>에서 ‘주드 로’가 사용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출처/위키피디아

두 번째는 ‘Thompson M1928 기관단총’입니다. 이 총은 1920~30년대 미국 내 갱단에서 많이 사용한 총으로 악명 높으며, 헐리웃 영화 <대부(The Godfather)>에도 출연 한 바 있습니다. 이 총은 1920년대 말 부터 중국에서도 카피 생산 되었으므로 1933년에 상하이에서 충분히 구입 가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암살>에서는 ‘가솔린가게 저격’ 당시 안옥윤이 건물내부와 옥상에서 사용했고, 결혼식 때 백화점 내부에서는 살아 돌아온 속사포가 사용했습니다.

출처/이주환 총기전문가

-비교적 현대에 쓰인 총기에 대해 설명 해주셨는데, 시대극과 현대극 총기의 다른 점이 있나요?  

일단 시대극이라 한다면, 굳이 연도로 나누자면 제가 다루는 총기들은 1890년대 이후 총기입니다. 총기의 역사에서 현대적 총기가 등장한 것이 1890년대 이후인데요. 그렇다보니 총도 시대에 따라 유행(?)이 있고, 신기술 발달에 의해 총기의 내부구조가 많이 바뀌는 경우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근본적 기술과 원리는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SF에 등장하는 레이저 무기나 레일건 등 미래무기가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한 총의 근본기술은 크게 변할 것이 없습니다.

총기전문가 이주환 실장에게서 듣는 흥미로웠던 이 직업의 세계. 다음시간에는 이주환 실장이 총기전문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 등 그의 사적인 이야기들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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