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연일 이어지는 한파와 여전히 어려운 경제 상황에 올 연말 우리 국민들의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어금니 아빠’ 등 사회의 온정의 손길을 배신하는 사건들과 함께 비리와 은폐, 적폐 소식이 끊임없이 들리며 사회의 신뢰마저 꽁꽁 얼어붙은 상황.

그런 와중에도 우리사회가 아직 살만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식이 근근이 들려오고 있다. 특히 연말이 되자 서로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소외된 이웃을 남몰래 도우려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어 이 겨울을 훈훈하게 만든다.

먼저 지난 19일에는 익명의 기부자가 지폐와 동전이 든 검정비닐봉지를 들고 나타나 훈훈한 감동을 줬다는 소식이 전남 함평에서 들려왔다.

익명 기부자가 함평군에 보내온 온정 [사진/함평군]

함평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한 주민이 군청 주민복지실장실에 검정비닐봉지를 놓고 갔다. 이 주민은 기부자의 신원은 밝힐 수 없다고 전하며 “비록 큰 액수는 아니지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는 기부자의 뜻을 밝혔다. 검정비닐봉지에는 꼬깃꼬깃한 1000원/5000원/1만원짜리 등 지폐와 동전 68만1660원이 들어있었다.

이와 비슷한 선행은 전날에도 있었다. 익명의 40대 여성이 경기도 동두천시청 민원실을 찾아와 빈 병 등을 모아 정성껏 마련한 성금 50여 만 원을 쇼핑백에 담아 전달하고 간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 40대 남성은 전화로 사무실 위치를 물은 뒤 새하얀 봉투를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이 봉투에는 거금 2,00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 들어있었다. 관계자는 "도내 취약계층과 복지 사각지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만 밝힌 채 사라졌다"며 "다만 끝까지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청주시 한 주민센터에도 또 다른 얼굴 없는 천사가 건넨 편지와 기부금이 날아들었다.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이 여성은 자신이 암 투병 중이어서 말을 잘 하지 못한다며 편지를 통해 기부 사연을 전했다. 편지에는 자폐 2급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가 수영 선수로 활동하며 받은 장학금과 상금인 36만 원을 뜻있게 쓰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기도 해 주위를 먹먹하게 했다.

또 제천시청에는 지난 12일 익명의 기부자가 찾아와 2만장의 연탄 보관증이 담긴 편지 봉투를 건네고 말없이 사라졌다. 1천300만원 상당의 연탄 보관증이 담긴 봉투 안에는 “연탄이 필요한 이웃에게 부탁합니다”라는 짧은 메모가 함께 담겨 있었다. 이 익명의 독지가는 매년 12월 15일을 전후해서 이런 선행을 15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한 번도 자신의 신분을 밝힌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전국각지에서 익명의 선행 사례가 보도되며 꽁꽁 언 우리 사회를 녹이고 있다. 이런 선행은 주로 자신도 어려운 처지이면서도 행하는 경우가 많아 더 큰 귀감이 되곤 한다. ‘여유가 없다’ ‘믿을 수 없다’ 라며 냉소적이기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훈훈한 마음이 필요한 때이다. 물론 무너져 버린 우리 사회의 신뢰성과 경제 회복이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이 또한 우리 마음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