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용 기자 / 법무법인 정세 김형주 변호사] 한 아이가 아파트 내에서 세발자전거를 타면서 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승용차가 나타나더니 아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치어버리고 맙니다. 

당황한 운전자는 근처에 세워 놓았던 다른 차량까지 들이받은 후에야 멈출 수 있었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의 운전 미숙. 차에 치인 아이는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으며 사고 후유증을 앓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_sbs 뉴스 캡쳐]

그러나 아이가 이렇게 크게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인도가 아닌 아파트 단지 내에 있었다는 이유였는데요. 이 운전자는 왜 처벌에서 벗어났고, 피해를 입은 아이는 어떻게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김형주 변호사‘s 솔루션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일반도로로 인정되는 곳인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경우에 따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일반도로로 인정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경우는 도로로 인정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아파트 단지 입구에 아파트 경비원 및 차량 출입 차단기에 의해 외부 차량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면 일반도로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6779 판결).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일반도로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동일하게 처리하면 되지만, 일반도로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반도로에서의 교통사고와 다르게 처리하게 됩니다.

[아파트 내 단지 교통사고_픽사베이]

이 사례의 경우, 운전자가 처벌받지 않은 이유는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 사고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고 가해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가해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할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 사고 원인이 가해 운전자의 운전미숙이라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에 가해 운전자가 예상할 수 없고 피할 수도 없었던 사고라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 한, 피해를 입은 아이(아이의 부모)는 가해 운전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아이에게도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그 과실 정도만큼 과실상계(책임 비율에 따른 배상 제외)를 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존재하나 가해자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운전자와 보행자들 모두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주거시설 내 도로에도 도로교통법을 적용하여 안전운전을 요구하고 독일의 경우, 아파트 단지나 주거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30zone’(30km 이하 속도 준수)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도로 안전에 힘쓰는 이들 국가처럼 우리나라도 주거시설 내 도보의 안전을 위해 도로교통법 개정 등의 안전 관리가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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