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이정선]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 뺀다.’ 이는 현재 우리 생태계와 잘 맞는 속담인 것으로 보인다. 뉴트리아, 붉은 불개미, 큰입배스 등 악성 외래종들이 현재 국내 생태계의 교란을 일으키고 있고, 심지어 반려동물로 데려 온 ‘붉은귀거북’ 마저도 이에 한 몫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붉은귀거북은 국내에서 청거북으로도 불리며 원산지는 미국으로 인디애나주에서 뉴멕시코주까지, 텍사스주에서 멕시코만까지 널리 분포한다. 3, 4급수의 수질에서도 생존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고, 자연 상태에서 약 20년까지 산다. 

수명이 길고 적절한 관리와 유지만 해주면 잘 자라기 때문에 붉은귀거북은 애완동물로서 인기가 높았다. 이에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애완용이나 방생용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붉은귀거북을 키우던 사람들이 하나둘 허가 없이 방생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수명도 최대 20~50년에 이르고 국내에는 천적이 없는 붉은귀거북은 자연에 방생됨과 동시에 붕어나 미꾸라지, 피라미, 개구리 등을 많이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교란한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야생동물보호법에 의거해 붉은귀거북을 황소개구리와 마찬가지로 생태계 교란 동물로 지정해 수입을 금지했다. 더불어 다른 생태계교란 종과 마찬가지로 포획 작업에 나섰으며 붉은귀거북 방생도 금지했다.

그러나 이는 역부족 이었던 것일까. 최근 낙동강 부근에서 진행된 뉴트리아 포획 과정에서 붉은귀거북이의 개체수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야생으로 풀어주는 것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방생이 이루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사실 거북이와 같은 특이종을 애완으로 기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연에서 아무리 잘 자란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수족관과 같은 보금자리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붉은귀거북의 경우 점점 자라면서 몸집이 커지기 때문에 처음의 것보다 더 큰 수족관이 필요하다. 

또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수족관 안에 자외선(UV) 조명과 따스한 적외선 등 안락한 환경 조성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꽤나 큰 지출할 각오를 해야 한다. 따라서 붉은귀거북은 애완용으로 키우기 전에 비용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이 좋다. 즉 애완으로 키우기 전 특이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붉은귀거북을 방생하는 행위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유기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다. 특히 방생으로 인해 생태계교란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기에, 무엇보다 애완으로 기르기 전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붉은귀거북으로 파괴되고 있는 우리의 생태계. 인간이 만든 실수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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