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디자인 이정선] 올림픽 유산을 중요시 여기는 IOC는 올림픽 시설물이 추후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유용한 시설로 활용되어 올림픽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고 순기능을 하길 바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9월, 구닐라 린드베리 IOC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사후 경기장 활용 방안에 관해 “IOC는 ‘하얀 코끼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하얀 코끼리’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쓸모없는 무용지물을 의미한다. 고대 동남아시아에서는 하얀 코끼리를 진귀한 동물로 여겼다. 이때 왕들은 불편한 관계에 있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하였다. 왕이 하사한 하얀 코끼리가 죽게 되면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신하는 하얀 코끼리를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신하는 재산을 탕진하고 파산위기에 처하게 된다. 스포츠계에서는 이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유지 관리에 거액을 잡아먹으면서 쓸모없는 경기장을 '하얀 코끼리'라 일컫고 있다.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는 이런 하얀 코끼리가 여러모로 존재한다. 2014년 건립된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만 봐도 새 경기장을 짓는데 1조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쓰고 2029년까지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 또한 대회가 끝나고 난 뒤에도 해당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시설 누적 운영적자가 약 300여 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평창올림픽 또한 하얀 코끼리 논란이 있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과 강릉하키센터가 막대한 비용으로 지어졌지만 현재 사후 활용방안이 모호한 상태이다. 

반대로 경기장 사후 활용을 성공적으로 해낸 해외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올림픽은 효율적인 시설 운영으로 흔치 않은 사후 성공 사례로 꼽힌다. 릴레함메르시는 올림픽 시설을 재활용해 사시사철 크고 작은 행사를 연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음악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일부 공간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건강 증진 시설로 사용한다. 또한 놀이기구 설치로 체험 이벤트를 열고 겨울엔 각국 국가대표팀 훈련장으로 사용된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도 시설들을 묶어 테마 파크로 탈바꿈했다. 관광객들은 빅에어 경기장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선수들이 공중 묘기를 선보이는 모습을 보고, 스키점프대 근처에 설치된 집라인을 타며 스키점프 선수들이 느끼는 짜릿함을 체험한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올림픽도 올림픽 시설을 이용해 각종 스포츠 이벤트와 전시회, 행사를 유치하며 사람들을 끌고 있다. 올림픽 개최 전까지만 해도 어떤 도시인지 잘 몰랐던 이곳은 올림픽 개최 이후 적극적 마케팅으로 이제 이탈리아 4대 관광 도시로 자리 잡았다. 

올림픽은 단 몇 주 동안이지만 경기장은 오랜 시간 동안 남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따라서 경기장들이 하얀 코끼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고유의 방법이든 해외의 우수한 활용방안을 참고하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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