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광윤]   “낙엽 하나 떨어지는 것으로 가을이 온 줄을 안다(一葉落知天下秋).”는 옛말이 있습니다만, 점점 깊어가는 가을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더없이 아름다운 가을 정취에 잠시 넋을 뺏기는 호시절입니다만, 추수의 결실이 미미해 사람들의 마음은 절경과는 달리 스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럴 때 민초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정치의 기능일진대,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소식들은 우중충함 일색입니다. 언제 정치가 정상적일 때가 있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민주화된 지 30년이 되어가는 이제야말로 정상 궤도에 들어서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스럽습니다.

   한 고위공직자의 사생활 문제까지 정쟁(政爭)의 대상이 되어야 할 만큼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는 사라지고 이전투구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주권자인 국민은 안중에 없고 대리인 자신들을 위한 당리당략이 지배하는 본말전도의 양상입니다. 우연인지 아닌지 갖가지 ‘판도라의 상자’들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그 파편이 어디로 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모든 일들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먹고 살기에 너무나 바쁘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일들이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법률적 다툼이 있으면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면 됩니다. 그런데 재판에 회부된 일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예단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싸움은 다가오는 10․30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정치란 것이 권력투쟁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만, 지금 여당과 야당이 벌이고 있는 싸움은 끝장을 볼 태세이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란 배가 표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 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대한민국이 잘 굴러가는 걸 보니 국회가 없어도 괜찮겠다는 ‘국회무용론’이 고개를 들기도 합니다. 이건 과잉 반응이라 치부해야겠습니다만, 적어도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민심이 팽배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입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정쟁의 늪에 깊이 빠져들수록 기성 정치권 모두가 국민적인 불신에 직면하게 되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국정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이 가장 클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국회법 개정으로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법률안이나 예산안 등 각종 의안(議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요컨대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야당과 손을 잡지 않고서는 정부가 구상하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펼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9월 16일의 3자 회담이 소득 없이 끝나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습니다만,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대통령이든 야당 지도자든 민심을 넘어설 수가 없음은 너무나 분명한 이치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잘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상례입니다만, 아직은 박근혜 정부가 의욕적으로 일할 시간이기 때문에 국민적인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뼈아픈 일은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파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 진영 전 장관의 처신도 잘못되었습니다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합니다. 최측근인 국무위원조차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야당을 포용하기는 더욱 어렵지 않겠습니까?

10월 재․보선에 서청원 전 대표를 끌어들인 것도 박근혜 정부에게 호재일 수는 없습니다. 서 전 대표에 대한 공천을 당에서 주도했다 하더라도 지역 선거가 전국 선거로 비화함으로써 그 결과가 정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서 전 대표가 승리한다면 그나마 체면치레는 할 수 있겠습니다만, 만의 하나 패한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민주당이 어떤 후보를 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겠습니다만, 아무래도 경기도지사를 지낸 손학규 전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대체로는 연고가 전혀 없고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는 서청원 전 대표가 다소 불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한비자(韓非子)는 “높고 튼튼한 제방도 개미나 땅강아지 구멍 때문에 무너진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공자(孔子)는 “사람은 바위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더지가 쌓아놓은 흙덩이에 걸려 넘어진다.”라고 했습니다. 작은 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금언들입니다. 민심은 작은 일에서 좌우됩니다. 진영 전 장관과 서청원 전 대표의 일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순리를 따르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구가 아니더라도 표를 먹고 사는 정치 지도자가 순리, 즉 민심을 거역하고서는 설 자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특유의 원칙주의자 면모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신뢰에 물음표를 던지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이를 바로잡아야 할 시점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라도 첫째도 민심, 둘째도 민심이라는 관점에 서야 합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고독한 자리라 하더라도 혼자서 이 난국을 돌파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과 함께라면 해법이 나올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조만간 있을 감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인사를 주목할 것입니다. 얼마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선택할 것인지를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인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이 시점에서는 말 그대로 ‘천하의 인재를 구하는’ 심정으로 폭넓은 인사를 해야 합니다.

   손자(孫子)는 “부드러운 것은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은 굳센 것을 능히 제어한다.”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입니다. 지도자에게 카리스마도 필요합니다만, 이제는 부드러움을 더 많이 펼 때입니다. 부드러움을 달리 표현하면 ‘유연성’입니다. 유연한 리더십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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