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과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자.

▲ 국사편찬위원회
간략하게 현재의 문제점을 설명 한다면?

국사편찬위원회는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쓰이는 역사 교과서 8종을 검정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 가운데 7종의 교과서가 ‘좌 편향’되어 있다면서 보수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반면에 교학사가 출판한 교과서에 대해서는 진보 진영에서 이승만 정권을 미화하는 등 오류가 많다며 공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앞의 7종의 교과서는 대체로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반면에 북한의 그것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편향성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집필자가 어떤 사람들인가에 따라 ‘좌 편향’ ‘우 편향’을 보이는 셈인데, 이런 교과서로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을 시킬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것이다.

대표적인 구절이나 부분을 살펴보자.

‘좌 편향’ 교과서는 대체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하여 인색하거나 경제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한 기업에 관해서는 비판 일변도인 것이 문제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기업인들은 각종 혜택을 악용하여 횡령과 비자금 조성을 일삼고, 세금을 포탈하거나 수출 대금을 해외로 빼돌렸다.”, “정부 주도의 성장 정책과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중화학공업의 특성상 재벌에 각종 특혜가 주어졌으며, 이로 인해 정경 유착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식이다. 물론 긍정적인 서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서술이 훨씬 더 많다. 설령 이런 서술에 어느 정도의 타당성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한참 꿈에 부풀어 있고 정서적으로 예민한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교육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에 대한 서술이다. 한 교과서는 북한에서 과대 선전해 온 보천부 전투를 북한의 주장과 엇비슷하게 교과서에 그대로 싣고 있다. 이러니 이석기 의원 사건이 터져도 젊은 사람들의 반응이 냉담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균형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교학사 교과서는 7종 교과서와 내용이 많이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

교학사 교과서는 보수 성향의 한국현대사회 소속 학자들이 집필한 첫 교과서라서 진보적 학자들이 참여한 7종의 교과서와는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교과서는 대체로 대한민국 현대사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서술했지만, 이 교과서 또한 편향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일제시대의 위안부 동원 부분과 이승만 정권에 대한 규정 등이 그렇다.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하여 우리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는 것이 보편적인 정서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부분을 미화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념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사람들이 교과서 집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 들인 것 같다. 중도 합리적인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교과서를 집필주도 한다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맞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사편찬위원회가 객관성을 결여한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되는데, 이런 점에서 국가편찬위원회에도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그만큼 대한민국 역사학계가 좌-우로 양극화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말하자면 보수 진영, 진보 진영으로 확실히 갈라져 있는 것이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간의 시각 차이와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가? 두 진영 모두 문제가 있지만, 저는 진보 진영에 더 큰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특히 종북주의자들이 진보 진영 안에 큰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 음모 사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꼭두각시 식으로 폄하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같은 민족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지지하거나 관대한 편이다. 진보 진영 안에 널리 퍼져 있는 이른바 ‘내재적 비판론’이란 것도 겉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모순을 인정하는 꼴인 것이다. 이것을 종북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논리인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좌 편향 교과서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반대로 보수 진영 일각의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우 편향 역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어른들의 정치적 편향성이 아이들의 교과서 까지 스며드는 모습인 것 같다.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교과서도 문제지만, 교과서를 떠나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관과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사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편향된 생각을 가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 사실 이 역사 교과서도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3년에 배포된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좌 편향 교과서’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바람에 진영 간에 갈등이 많지 않았나? 이런 갈등 자체가 소모전인 것이다.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되 현대사 부분은 제외했으면 한다.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가 어려운 환경이라면 말이다. 보수 진영은 뒤늦게 발동을 걸고 있지만, 역사 교과서 및 역사 교육은 이탈리아공산당 이론가였던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헤게모니 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각 진영이 학생들에게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려는 정치 운동의 일환으로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양상이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까지 남남 갈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배회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게다가 역사가 아무리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고는 해도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향적으로 서술해서야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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