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국회출입기자 / 박용한 북한학 박사] 북한 내부 사정이 어수선하다. 한쪽에서는 숙청 피바람이 불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사일 축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찬바람 거세지는 겨울, 북녘땅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황병서 / 김원홍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비공개 보고에서 북한 내부의 변화를 알렸다.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보위상 겸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처벌됐다는 첩보였다. 이들은 북한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북한 권력 상층부를 상징한다. 북한 내 서열 1ㆍ2위로 꼽혀서다. 그러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이들의 생사가 갈라진다. 바람 앞의 촛불과 다를 바 없다. 북한 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권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불안정한지를 나타내는 리트머스와 같아서다.

 
최근 북한의 권력 변화는 두 가지로 읽힌다. 첫째. 선군정치로 비대해진 총정치국을 견제했다는 해석이다. 국정원은 정보위 여야 간사들에게 제공한 북한 동향 보고에서 “최용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주도하에 당 조직지도부가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용해가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주도한다고 봤다. 이번 검열이 당에 대한 총정치국의 ‘불손한 태도’가 문제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반론도 나온다. 총정치국장이 군복을 입고 있지만 그 자체가 당 조직이기 때문이다. 당이 군대를 장악하려고 설치한 조직이다. 황병서가 2010년 인민군 중장 칭호를 받고 2014년 군 총정치국장에 올랐지만 군 출신은 아니다. 통일부 자료는 황병서가 2005년 5월 당 중앙위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총정치국장을 견제한 사실은 맞더라도 당이 군대를 견제했다는 해석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왼쪽 부터 최용해 김정은 최태복

오히려 김정은의 권력 견제와 내부 권력 투쟁으로 해석된다. 북한 체제와 김정은 정권은 2인자 권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정된 2인자 권력은 없다는 의미다. 이번에 2인자 자리를 그대로 두고 황병서에서 최용해로 바꿨다. 2인자 자리가 굳어지면 보직 해임이나 처벌 정도가 아니라 사형도 피할 수 없다. 김정은 집권 직후 2013년 장성택 숙청이 말해준다. 당시 장성택을 두고 북한 권력 내부에서 사실상 2인자로 호칭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소문이 칼이 되어 장성택의 생명을 빼았었다. 이번 인사 조치도 특정 권력기관의 독점이나 권력자의 출현을 막겠다는 김정은의 의도로 풀이된다.
 

처형 당하기 전 장성택

또한, 경쟁 세력의 정치 투쟁으로도 읽힌다. 바로 최용해와 황병서의 대결이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더라도 하부 조직의 암투가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용해는 10월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권력을 다시 잡았다. 이에 앞서 2015년 권력에서 한발 멀어졌는데 이때 황병서ㆍ김원홍이 밀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이번 황병서 숙청은 최용해가 반격에 나선 결과라고 해석될 수 있다. 더구나 지난달 13일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이 탈북하면서 명분을 더했다. 판문점 관리를 총정치국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황병서도 일단의 책임을 져야했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ICBM / 조선노동신문

북한은 내부 권력 변동 못지않은 대외 관계 변화도 앞당기고 있다. 북한 당국이 ‘11월 대사변’이라 부른 미사일 개발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북한은 화성-15형이라 이름 붙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강행했다. 한국과 미국이 레드라인 이라며 최후 통첩했던 한계를 사실상 넘었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에 대처하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이날 실험은 최고고도 4475㎞에 950㎞를 비행해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는 1만 3000㎞로 추정된다. 플로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별장도 사거리에 들어온다. 여기에 핵무기를 탑재할 경우 파급될 효과와 위협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다. 게임 체인저로 불릴 수 있다.
 

미사일 발사 성공에 기뻐하고 있는 김정은 /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미사일 개발이 김정은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판문점 귀순 북한 군인만 보더라도 열악한 위생 환경 때문에 회충에 고생하고 있다. 핵무기와 ICBM을 쏜다고 하더라도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주민들의 기본적 생활조차 외면한다면 어떤 첨단 무기를 만들더라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오늘날 북한이 해결해야 할 고민은 김정은의 정권 안보가 아니다. 북녘땅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추위와 배고픔에서 구제하는 노력이다.
 
박용한 북한학 박사 /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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