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살충제 계란, 유럽산 간염 소시지, 발암물질 생리대 등 연이은 유해화학물질 논란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의미하는 ‘케미포비아(Chemiphobia)’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화학물질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호소하는 국민의 걱정을 덜기 위해 ‘화평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다. 

화평법이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로 신규화학 물질과 연간 1t 이상 제조, 수입, 판매되는 기존 화학물질을 매년 당국에 보고하고 등록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화평법은 2013년 5월에 제정되어 201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화학물질이 위해 물질로 판정되면 기업은 해당 화학물질 대신 대체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화평법_픽사베이]

화평법은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등으로 산모와 영유아 등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제정됐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이 독성을 지니고 있어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촉매제가 되어 화학물질을 평가, 관리하는 법률인 ‘화평법’이 제정된 것이다. 

하지만 화평법 시행 이후 살충제 계란, 발암물질 생리대 등 유해화학물질 논란이 연이어 발생하자 현행 화평법으로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을 인지한 우리 정부는 화평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여 화학물질에 대한 검사를 더욱 견고히 하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등록의무 대상인 화학물질 510종을 2030년까지 최소 7000여 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현행 체계에서는 1톤 이상 물질 가운데 정부에서 고시한 물질만 등록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1톤 이상 모든 물질을 유통량에 따라 순차적으로 등록되도록 바뀐다.

이러한 개정안을 두고 화학업계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산업 현장 현실을 외면한 법안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계자에 의하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비용이다. 등록의무 대상이 7000여 종으로 늘어나면서 화학물질 등록비용이 중소화학업계가 감당하기에 과도한 금액으로 증가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정부는 화평법 개정으로 인해 과중한 부담을 갖게 될 중소기업을 위해 긴급경영자금 1천 250억 원을 지원하고 정부가 직접 등록대상 7천여 종의 화학물질의 국내/외 자료 존재 여부와 출처 등을 조사해 기업에 제공하면, 자료가 없는 일부 물질에 대해서는 새로 시험자료를 생산해 싼 가격에 제공하는 등 대책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화평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해화학 물질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현실이다. 이번 화평법의 개정안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성의 간극을 넓히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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