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국회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7월 2일 시작한 국정조사는 지루한 공방과 파행을 거듭하면서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50여일 동안 진행된 국정원 국정조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정국 전망에 관해 정광윤 칼럼니스트와 심층 분석해 본다.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총평을 한다면?

한마디로 실패작이다. 50일이면 대단히 긴 기간인데,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 국회의 자화상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각자의 당파성에 매몰되어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국정조사 본연의 목적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대체로 그랬던 것처럼 국정조사를 정치 공세를 펴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며 새누리당은 유리할 것 없는 이슈라서 ‘김 빼기 작전’으로 일관했고, 민주당은 어떻게 하면 침소봉대를 해서 작년의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부정 선거였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이 아니었다고 본다.

▲ 시선뉴스 [TV만평] 국정조사 청문회 "느낌 아니까" 스틸 컷
사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은 여당과 야당이 팽팽히 맞설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제로섬 게임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런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 주말에 주로 방영하는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이 상호간에 말싸움을 끝나는 것처럼, 이런 국정조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을 나무라기 이전에, 여당과 야당 간에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첨예한 이슈에 대해 어느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얘기를 펴겠는가? 국민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 정당의 관점에서 발언하는 것이다. 증인 심문도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인데, 증인에 대한 인신공격을 하거나 자신들의 주장에 억지로 끼어 맞추려는 태도를 이번에도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런 국정조사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지만, 왜 전파 낭비를 하면서까지 이런 소모적인 정치 공방을 벌어야 할까?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지 않은 ‘썰전‘이었다.

그럼, 국정조사의 요건 등에 대해서 관련 법률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은?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에 따르면, “국회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는 때에는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로 하여금 국정의 특정사안에 관하여 조사를 시행하게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4분의 1 이상의 정족수’이면 제1당이든 제2당이든 어느 쪽에서 국정조사 요구를 해 오면 사실상 반드시 시행이 된다는 의미가 아닌가. 대단히 느슨한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3분의 1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사의 목적과 범위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국정조사의 남용을 줄이는 길이다. 물론 조사계획서에 대한 본회의 의결 절차가 있다만, 우리 국회가 순수하게 다수결로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야당이 소수당이라 하더라도 야당의 ‘투쟁’이 있을 경우 여당이 들어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한계를 명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감사 및 조사의 한계)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繫屬)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국정조사의 대상으로 삼는데, 그 의도가 어떠하든 결과적으로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봐야하며 이 조항도 바꾸어야 합다.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할 수 없다.”고 말이다. 이런 현실은 엄연히 말해서 삼권분립의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번 조사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지금 국가정보원이나 경찰청 간부와 직원들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사안은 재판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려질 수 있는데, 국정조사를 한다는 것은 애당초 정치 공방을 벌이겠다는 목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정조사 도중에 국가정보원에 의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되지 않았는가.
이것이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 간 요인?

국가정보원이 무슨 의도로 그걸 발표를 했는지는 단정을 할 수가 없다만, 결과적으로는 여당과 야당 사이의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고 정국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을 부각시킴으로써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다소 희석되는 걸 바랐을 것이고, 야당인 민주당은 대화록 내용에 대한 국민 여론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정보원이 대선 개입 의혹을 모면하기 위해 대화록을 공개했다는 식으로 공세를 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작년 대통령 선거에 대화록을 이용한 것으로 단정하고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의원이나 권영세 전 의원(현 주중국 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한 것 아닌가. 본질을 벗어나기는 여-야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 그대로 ‘댓글 사건’에 대해서만 그 진실을 제대로 파헤치려고 했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는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여-야 모두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국정조사의 본령에서 벗어난 것이다.

앞으로의 정국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우리 정치권은 늘 이런 식으로 끝없는 공방을 벌이다가, 또 여론이 좋지 않으면 적당히 타협을 해서 그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곤 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은 국정조사가 말끔하게 끝나지 않았고, 재판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야당에서는 이에 대해 끝까지 물고 넘어지려고 할 것이다. ‘작년 대통령 선거는 무효였다.’는 심정으로 갈 때까지 가 보려고 할 것이다. 그래야 재판 결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올 수 있다고 기대를 할 법하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정치 공세를 통해 박근혜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물론 김한길 지도부는 그러고 싶지 않겠지만, 민주당의 주류인 친노 세력은 정부를 흔들고 정국이 경색되어야 자신들의 당 안팎의 입지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일 수도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야당은 당연히 특별검사제를 관철하려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여기에 호응할 리는 만무하다만, 뜻대로 안 되더라도 검찰과 재판부에 어느 정도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재판 결과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면 ‘그래서 우리가 특별검사제’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공세를 펼 수 있는 것이다.

▲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새누리당 간사 권성동 의원(좌) 민주당 간사 정청래 의원 (우)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이런 국정조사,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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