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김민서] 쇼핑을 할 때 원래 만 원짜리인 물건을 사는 것과 2만원인데 50% 할인을 해 만원에 물건을 샀을 때, 우리는 50% 할인으로 산 물건을 ‘합리적 소비를 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만원을 소비한 것은 같은데 말이다. 

이렇게 처음 보게 된 기준이 이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닻내림 효과’라고 한다. 즉 닻내림 효과란 어떤 사항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초기에 제시된 기준에 영향을 받아 판단을 내리는 현상을 뜻한다. 앵커링 효과, 정박 효과라고도 한다.

닻내림 효과의 존재는 대니얼 카네만(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실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실험은 이러하다. 실험참가자들에게 먼저 1부터 100까지 있는 행운의 바퀴를 돌리게 한다. 그리고 이때 나온 숫자가 ‘유엔에 가입한 국가 중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보다 많은지 적은지 추측해 보라는 질문을 던진다. 쉽게 말해, 숫자 40이 나왔다면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40보다 많은지 적은지 추측해 보라는 식이다.

실험참가자들은 대부분 행운의 바퀴를 돌려 우연히 얻은 숫자와 비슷한 수치로 질문에 답을 했다. 행운의 바퀴가 80을 가리키면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은 70~90 사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실제로 이 수치는 실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과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참가자들은 우연히 얻은 숫자에 영향을 받아 그것과 비슷한 숫자로 답을 한 것이다. 
 
닻내림 효과의 예는 많은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상품의 할인과 이벤트 상황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백화점에서도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사용된다. 백화점에서 명품브랜드 가 매장에 최고가의 물품을 가격표가 보이게 진열하는 것은 가격을 알리고 반드시 판다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500만 원짜리 가방을 눈에 띠게 한 다음에 이 가격을 본 사람들이 200만 원, 100만 원 짜리 가방을 보아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착각하고 구매하게 만들기 위한 닻내림 효과를 염두해 둔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 협상 자리에서도 사용되기도 한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상 할 때 먼저 가격 제시를 한 사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먼저 제시한 협상 가격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일부러 더 높은 가격을 불러서 상대방을 자극시킨 뒤 높게 책정된 가격을 깎아서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수가 학생에게 성적을 줄 때도 그 전에 주었던 점수가 기준이 되어 작용한다. 즉, 과거에 학생에게 A학점을 주었다면 현재에도 과거에 빗대 A학점을 주는데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검사가 제시한 구형도 판사의 양형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닻을 내린 배가 크게 움직이지 않듯, 처음 접한 정보가 기준점이 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왜곡 현상인 닻내림 효과. 초기 기준점을 잡아놓으면 이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초기 정보에 집착해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끊임없이 새롭게 생각해보려는 자세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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