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디자인 최지민] 동물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달아나거나 적을 공격해 적을 쫓아낼 수 있다. 하지만 땅에 뿌리박고 사는 식물의 경우에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달아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식물들은 곤충이 자신의 잎을 먹으려고 할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을까? 여기 자기방어를 펼치는 식물들이 있다.

먼저 방어무기를 갖고 있는 식물들이다. 여기에는 키위, 가시엉겅퀴, 밤나무, 잔디, 쐐기풀 식물 등이 있다. 키위는 까끌까끌한 털을 갖고 있어 다른 동물들에게 먹히기가 힘들다. 또한 잎에 다닥다닥 달리고 가시가 많은 가시엉겅퀴와 밤을 감싸고 있는 송이에는 뾰족뾰족 가시가 많이 달려 있어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 그리고 잔디에는 잎 가장자리에 규산염의 날카로운 칼날을 갖고 있어 자신을 보호하는 데 사용한다. 풀에 베인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쐐기풀은 잎과 줄기에 포름산이 든 가시가 있어 피부에 닿으면 따끔거려 풀을 먹고사는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방어무기가 없다면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옥수수는 조명나방 유충이 출현하면 잎에서 ‘자스몬산’과 같은 호르몬을 생산해낸다. 이 화학물질을 발산해내면 기생벌이 냄새에 반응해 유충을 발견하고 유충에 산란침을 박아 알을 낳는다. 이 방법으로 옥수수는 자신을 갉아먹는 유충을 처리한다.

개미풀이라 불리는 개느삼도 개미와 공생하면서 다른 해충을 막아낸다. 개미풀은 줄기에 개미를 위한 진지를 구축해 놓는다. 그래서 개미는 다양한 곤충들로부터 개미풀을 지킨다. 또한 개미의 배설물과 저장물을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다.

무궁화는 진딧물을 몰아내기 위해 무당벌레의 도움을 받는다. 우선 무궁화는 가장 바깥쪽 잎에 여분의 수액을 몰아서 분비한다. 그렇게 하면 진하고 맛있는 수액을 찾아 진딧물들이 그곳으로 몰려든다. 이렇게 진딧물이 몰려 있을 때 무당벌레들이 찾아와 한꺼번에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이외에 자신의 모습을 바꿔 방어하는 식물도 있다. 미모사는 줄기에 가시가 돋아 있기도 하지만 잎을 건드리면 밑으로 처지고 소엽이 오므라들어 시든 것처럼 보여 자기방어를 한다.

또한 침엽수인 소나무, 잣나무, 편백나무 등은 화학물질을 배출해 자기를 방어하기도 하는데, 피톤치드가 그 대표적 예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자기방어를 위해 내뿜거나 분비하는 천연 항균물질이다.

이 외에도 식물들이 자신을 지켜나가는 방법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식물도 움직이는 동물들 못지않게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을 갖고 있다.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생존하고 있던 것이 아닌, 환경에 적응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해 자신을 방어하는 신비로운 식물의 세계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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