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007>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등 과거 ‘첩보영화’ 속 스파이는 남성들의 직업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영화 <색계>, <어벤져스>를 비롯해 최근에 개봉한 <아토믹 블론드> 등을 통해 ‘여성 스파이’가 주목 받았다. 이유는 남성보다 더욱 치밀하게 적의 정보를 빼낸 여성스파이의 뛰어난 능력이 화제가 되었기 때문.

그런데 놀랍게도 여성스파이는 역사 속에 실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스파이라는 직업이 거의 처음으로 투입되었다고 하는 제 1차 세계대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동서양 여성 스파이 3명을 소개한다.

첫 번째, 유럽을 매혹시킨 무희 여명의 눈동자 <마타하리>

[사진/abc_historia]

본명: 마르가레타 젤레(Margaretha Geertruida Zelle, 1876~1917)
출생: 네덜란드
직업: 무희
별명: 여명의 눈동자
시기: 제 1차 세계대전
소속: 독일군 정보부

마르가레타 젤레는 결혼 후 자바섬에서 전통춤을 배웠다. 그녀는 말레이어로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의 ‘마타하리’라는 이름을 만들고 파리에서 무희활동을 시작한다. 그녀의 신비롭고 관능적인 춤은 파리 사교계의 부유층은 물론 짧은 시간에 유럽 전역을 매혹했고 점점 그녀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녀의 유명세는 유럽 각국의 정보전의 수단이 되었다.

그렇게 프랑스와 독일 양국의 정치적,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당한 채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 마타하리. 지난 8월 세종 문화회관에서는 이 전설의 여성스파이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가 공연되는 등 이처럼 마타하리의 전설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두 번째, 동양의 마타하리 ‘남장여자’ <가와시마 요시코>

[사진/나무위키]

본명: 진비후이(金璧輝금벽휘, 1907~1948)
출생: 청나라 황족
직업: 공주
별명: 동양의 마타하리, 동진(東珍)=이스턴 쥬얼(Eastern Jewel)
시기: 제 2차 세계대전
소속: 일본 관동군

일명 ‘동양의 마타하리’로도 유명한 그녀는 뛰어난 스파이 활동과 이중간첩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어 이름으로는 진비후이(金璧輝금벽휘)로 1907년 청나라 황실의 숙친왕의 14번째 딸로 태어났다. 신해혁명으로 청나라 황실이 몰락하고 숙친왕은 일본의 보호아래 황실복원 운동을 추진하여 결국 진비후이를 일본으로 보내는데 그때 가와시마 요시코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당시 요시코는 ‘남장여자’로 유명했다. 그녀가 18세가 되던 해 숙친왕이 사망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남장을 하기 시작한 것. 그렇게 1930년 상해로 건너와 타나카 류키치라는 무관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스파이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녀는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영어, 만주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다가 ‘청 황실의 공주’라는 상징성에 외모도 뛰어나 청의 고급 정보를 빼내는 일에 적합했다.

그러한 머지않아 일본의 패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국인들의 손에 잡혀 베이징으로 압송돼 1948년 결국 총살되었다. 하지만 처형당하지 않고 30년은 더 살았다는 루머도 있을 정도로 그녀의 죽음에 대해선 현재까지도 미스테리한 부분이 있다.

세 번째, 현대판 ‘미인계’ 러시아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

[사진/안나채프먼 공식홈페이지]

본명: 안나 채프먼(Anna Chapman, 1982~)
출생: 러시아 볼고그라드(Volgograd)
직업: 다양한 업종
별명: 미녀 스파이
시기: 2000년대
소속: 러시아 해외정보부(SVR) 소속

안나 채프먼은 2003년 런던으로 이동해 러시아계 영국인인 Alex Chapman을 만나 결혼하고 Anna Vasil'yevna에서 Anna Chapman으로 성이 바뀐다. 매우 화려한 외모는 아니라고 평가 받지만 뛰어난 화술과 모스크바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명석한 두뇌, 4개 국어에 능통한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도 스파이로서의 자질이 충분했다.

SVR은 그녀를 필두로 한 요원들에게 2008~9년 동안 미국의 주요 정보기관 및 행정부의 동향 파악 임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들의 은밀한 활동이 FBI에 포착되기 시작했고 결정적인 증거들이 확보되면서 결국 2010년 안나 채프먼을 포함한 11명의 정보원이 체포 됐다. 이후 안나 채프먼은 미국 등 서방측 스파이로 활동하다 러시아에서 검거된 4명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본국에 송환됐다. 미국에서 추방되는 동시에 영국 국적도 박탈됐지만 현재 그녀는 고국에서 영웅대접을 받고 있으며 모델, TV진행자, 강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제 1차 세계대전 시기부터 최근까지 여성 스파이들의 활약을 살펴봤다. 스파이라고 하면 남성의 일로 생각하던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남성보다 더 치밀하고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성스파이.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여성스파이의 능력은 광범위하고 치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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