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즐거운 추석 명절 연휴가 한창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안부를 물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또 평소 찾지 못했던 조상의 묘지에 성묘를 다녀오는 등 제각각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무엇을 하던지 간에 명절에는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그 중심에 있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명절동안 이 ‘함께’가 도리어 부담이 되어 연휴 내내 전전긍긍하는 부류도 있다. 심지어 일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 ‘함께’하는 시간을 회피하기도 한다.

[사진/픽사베이]

그 중 대표적 부류는 험난한 취업 전선을 걷고 있는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이 아닐까?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높은 취업문에 매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명절 친지들의 안부 인사는 어려운 시험 문제 만큼이나 피하고 싶은 순간일지 모른다. “취업은 되었니?” “올해 몇 살이지?” “우리 자녀는 대기업 취직 했다더라” 등 각양각색의 비수 같은 안부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한창 일을 해야 하는 나이인 전국 41만7000명에 달하는 청년 실업자들은 “추석 같은 명절은 눈칫밥 먹는 피곤한 기간이다.”라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많은 취준생, 수험생등은 자리를 피하고 싶어 독서실 등을 찾아보지만 명절 연휴 동안 문을 닫는 독서실이 많아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 여러 가지 이유로 청년들의 결혼 나이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들에게도 추석 명절동안의 친지들과의 자리는 가시방석이 되곤 한다. 연휴기간 마주치는 친지마다 물어오는 결혼 안부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물론 비슷한 또래 사촌 지간의 결혼 소식이나, 그들이 배우자와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순간 은근한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때문에 많은 3040 직장인들은 일부러 연휴기간 직장에 나가 찾아서 일을 하는 경우까지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사례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부모와 그 가족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현시대 또 하나의 명절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최근에는 명절기간 동안 가족/친지와의 시간을 보내기보다 아예 자신의 여가로 시간을 사용하는 부류도 늘고 있다.

이를 나타내듯 이번 연휴기간 여행상품의 소비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 9월7일~9월20일 동안 G마켓에서 국내여행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급증했고, 국내 호텔/레지던스 예약은 60%, 테마파크/체험상품 판매는 61% 각각 증가했다. 특히 여행 업계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동안 무려 110만 명 이상이 해외로 출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여행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족이 모이는 자리를 피해 혼자 편히 쉴 수 있는 숙박업소를 찾아 명절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이를 두고 호캉스/ 몰캉스 족 이라 칭하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은 케이스가 되고 있다.

앞서 예로 들은 취준생/수험생과 결혼 적령기를 지난 청년들 외에도 여러 부류가 추석 연휴 가족/친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 결혼은 했어도 여러 사정에 의해 아이가 없는 가정 등 그 사례는 여러 가지 이다. 명절 연휴 이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꺼려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명절 간 상대를 향한 ‘배려’가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은 명절 우리 곁에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가족은 없는지 내가 툭 내던진 말에 상처 입었을 친지는 없는지 찬찬히 돌아보며, ‘함께’하기 위해서는 ‘배려’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모두가 상기하기를 바란다. 달라진 시대, 나의 안부가 상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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