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정선] 지구상에 현존하는 포유류 중 가장 느리고 게으른 동물은 과연 무엇일까? 예상했겠지만 정답은 바로 나무늘보다. 

나무늘보는 영어 이름으로 Sloth, 일본어 이름으로 나마케모노(なまけもの)로 나태와 게으름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독일어로는 Faultiere, 스페인어로는 Perezoso로 이 역시 나태함이나 게으름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동물계의 독보적인 게으름뱅이다.  

나무늘보는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는 개미핥기 정도가 있는데 이들과는 다르게 나뭇잎을 주식으로 한다. 하지만 나뭇잎에 영양가가 너무 없고 심지어 소화까지 잘 시키지 못해 나무늘보는 신진대사를 극도로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때문에 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약 18시간)을 잠으로 보내고 쓸데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발톱 구조가 나무에 매달리는 것에 최적화 되어 있어 힘들이지 않고 매달려 있으며 심지어 먹는 것조차 하루 잎사귀 3장 정도만 먹고도 버틸 수 있고 배변은 일주일에 한 번만 해도 된다. 배변을 하러 나무에서 내려오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운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워낙 움직임이 적어 의도치 않게 의태(擬態 : 동물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거나 사냥하기 위해서 모양이나 색깔이 주위와 비슷하게 되는 현상)를 해 버린다. 너무나 느리게 움직여 쉽게 포식자들에게 잡혀 먹힐 것 같지만 의외로 그 움직임이 극도로 적다는 것이 포식자들 눈에 잘 띄지 않게 되고 옆에 있어도 그냥 지나치게 되므로 천적이 의외로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생존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위기에 닥치면 나무를 타기 위해 진화된 엄청나게 날카로운 발톱으로 상대를 위협하는데 마치 면도날과 같은 예리함을 가지고 있으므로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된다. 이들은 이동이 느린 것이지 공격까지 느린 것은 아니다. 혼신의 힘을 다 하면 공격 할 때는 어느 정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치고 빠지면...) 

또한 아무리 이동을 안 하는 것이 이들의 콘셉트라 해도 가야 할 때는 있는 법. 도대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움직일까? 나무늘보는 신체 구조상 걷기가 힘들어 기어 다닌다. 이들은 시속 900m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1분당 15미터를 갈 수 있는 속도로 그나마 가는 도중에 체력이 떨어지면 더 느려진다. 

때문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로에서는 지나가는 차들의 속도에 질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를 면하지 못해 종종 사람들이 들어서 옮겨주는 모습이 포착될 때도 있다. 

나무늘보가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방법은 수영이다. 조금이나마 먼 곳으로 이동을 할 때에는 주로 수영을 하는 편인데 의외로 수영 실력은 좋아 기어서 이동하는 것 보다는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그래도 엄청 느린 편이다)

세상에서 가장 느긋한 동물인 나무늘보. 이들의 생태를 보면 누구보다 빨리 멸종했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게으름을 특화시켜 오히려 자신의 몸을 지키는데 성공한 모습은 어떤 것이든 특기를 살려 전문가가 되면 살아남는다는 교훈을 준다. 그것이 심지어 게으름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환경 파괴에는 이들도 속수무책이다. 살아남을 숲이 사라지면 나무늘보가 게으름을 피울 곳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자연에 선택되어서 살아남은 나무늘보. 이 사랑스러운 게으름뱅이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인간이 지켜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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