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 디자인 이연선] 시간 여행을 한다는 것. 행복했던 것을 되돌리기 위해서 또는 후회스러운 일을 되돌리기 위해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것이다. 마치 마법처럼 평범한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사람들에게 더욱 매혹적인 소재일인 것일까. 드라마, 영화에서 ‘시간 여행’이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마법사에게 지팡이가 있듯, 드라마와 영화 속에 나오는 시간이동 매개체가 있으면 나도 시간여행자가 될 수 있을까?

■ 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 속 ‘맨홀’

KBS2 드라마 ‘맨홀- 이상한 나라의 필’에서 주인공 봉필(김재중)은 ‘맨홀’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난다. 이 맨홀의 특징은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랜덤 타임 슬립’이다. 28년 동안 혼자 짝사랑하는 수진(유이)의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봉필은 그녀에게 고백하려는 찰나, 맨홀에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떨어진 곳은 10년 전 고등학교 교실. 다시 원래의 현실 세계로 돌아가려고 별짓을 다해보지만 돌아갈 수가 없게 되고 결국 봉필은 과거를 바꿔 인생 개조 작전에 돌입한다. 봉필의 맨홀은 돌아가는 과거의 시점이 랜덤이라는 것과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현재로 강제소환 된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거가 바뀌면 현재도 바뀐다!

나도 이 맨홀을 발견하면 나의 흑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 드라마 시그널 속 ‘무전기’

2016년 겨울은 그야말로 드라마 ‘시그널’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온 국민이 들썩들썩했다. 시그널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것은 바로 ‘무전기’. 그것도 굉장히 오래된 1980년대 무전기다.

1999년의 이재한(조진웅)과 2015년의 박해영(이제훈)은 우연히 발견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미제 사건으로만 남을 뻔했던 많은 사건들을 차례로 해결해 나간다. 배터리가 없는 무전기가 11시 23분에 맞춰 일시적으로 켜졌다 꺼지기 반복하며 짧은 시간 동안 과거와 연결된다.

'시그널' 속 무전기는 타임워프를 하며 이재한과 박해영의 운명을 바꿨고 그 속에서 오고 가는 한 마디로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기도 하는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또 현재의 차수현(김혜수)과 과거의 이재한이 무전을 하며 서로를 확인하는 애틋한 장면이 그려지기도 했다.

이 무전기, 나도 과거의 첫 사랑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 드라마 나인 속 ‘9개의 향’

악성 뇌종양 4기를 판정받아 살 수 있는 날이 1년도 채 안 남은 TV 앵커 박선우(이진욱). 그는 형의 유품을 찾으러 히말라야로 간다. 형의 유품 중에서 향을 꺼내 피운 밤, 그는 정확히 20년 전으로 그 시간으로 돌아가 있다. 향이 태워지는 30분 동안 그는 과거 속에 머문다.

그가 과거로 가는 이유는 바로 잡고 싶은 일들이 있어서다. 불행했던 가족사의 의문들을 해결하는 일, 자신의 악성 뇌종양을 일찍 발견하여 죽음을 막는 일, 사랑하는 후배 주민영(조윤희)과 결혼까지. 그가 가진 향은 모두 9개. 그는 원하는 대로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둔 당신에게 주어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9개의 향. 당신은 어떻게 사용하시겠습니까?

■ 드라마 내일 그대와 속 ‘1호선 남영역’

드라마 내일 그대와 주인공 유소준(이제훈)은 시간여행자다. 그는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와 현재를 오가며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다. 부동산 회사 사장인 그는 제대로 된 곳에 투자를 하며 돈을 끌어모았다.

그가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은 ‘지하철 1호선 남영역’이다. 미래로 가려면 남영역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현재로 돌아오려면 서울역에서 남영역으로 오는 지하철을 타면 된다.

그에겐 자신만이 갖고 있는 룰이 있었는데, 바로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본 미래에서 앞으로 3년 후인 송마린(신민아)이라는 여자와 같은 날 같은 사고로 숨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는 송마린을 찾아 그녀의 인생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출근길 늘 타고 다니는 버스나 지하철이 시간 여행의 매개체가 된다는 설정. 아침마다 나를 회사로 데려다주는 이 버스가, 지하철이 회사가 아닌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또는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나를 데려다 주지 않을까 하는 바보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 드라마 터널 속 ‘터널’

1986년 10년차 형사 박광호(최진혁)은 늘 지나던 터널을 지났을 뿐인데 1986년에서 갑자기 2017년의 세상으로 오게 된다.

1980년대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던 박광호는 2016년으로 타임 슬립하여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30년 전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범죄 수사물인 터널은 사건의 해결과정도 재밌지만 박광호가 겪는 2017년의 세계도 웃음이 난다.

박광호는 차 안에서 네비게이션 음성이 화들짝 놀라는 것은 물론 태플릿 PC를 보며  "콤푸타랑 비슷한데 왜 이렇게 작지" 라고 말하며 주변 사람을 당황시킨다. 그리고 우리의 음주 문화인 ‘소맥’을 먹고 그 맛에 반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어느 날, 나도 터널을 지나고 나면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우주선을 타고 이 행성, 저 행성 돌아다니는 미래를 보게 될까?

■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속 ‘열개의 알약’

드라마 나인과 묘하게 싱크로율이 비슷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2015년의 수현(김윤석)은 캄보디아에서 의료 봉사 활동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감사의 답례로 신비로운 알약 10개를 받게 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알약. 30년 전 연인이던 연아(채서진)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호기심으로 알약을 삼킨 ‘수현’은 30년 전 1985년의 자신인 수현(변요한)과 마주친다.

현재의 수현은 현재에 있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과 과거의 소중한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고, 과거의 수현은 “당신에겐 과거지만 나한테는 미래다”라며 분노한다. 그리고 10번의 기적이 ‘수현’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

열 개의 알약, 돌아간 과거에서 마주는 ‘과거의 나’를 보며 ‘현재의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맨홀부터 알약까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다양한 소재들. 비록 상상뿐일지라도 시간을 여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갈망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러니...이런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는 더 많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참신한 신작이 나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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