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지난 24일, 2007년 국가정보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격 공개
국정원이 일정한 부담을 안고 대화록을 공개한 이유.

   이번에 공개된 남북정상회담 대화 내용 가운데 사실 핵심은 몇 년 전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있었던 정문헌 현 새누리당 의원이 몇 차례에 걸쳐 그런 언급을 한 바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 19일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불거질 때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NLL 포기 논란은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주장하는 등 국정원 책임론이 불거지자 국정원이 이를 공개하기에 이른 것이다.

 
◇ 국정원 NLL공개에 대해서는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가 맞다고 보는 입장
상대가 있는 정상회담의 세세한 내용을 밝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

   국민들은 아무래도 공개 쪽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어차피 상당히 알려진 내용이고, 또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남북관계의 특성상 궁금해 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나 싶다. 하지만 여론주도층 가운데는 공개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공개로 인하여 정국이 경색되면 국가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국가정보원이 굳이 공개를 하지 않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언론에 보도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국가정보원이 직접 공식적으로 공개를 함으로써 대화록 그 자체보다는 공개 행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아쉬운 것은 설령 공개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좀 더 상황을 주시하면서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국정원은 조직적인 차원은 아니지만 일부 인사들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기소가 된 시점이기 때문에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대화록 내용에 대하여 여-야에서도 입장이 팽팽.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전에 우선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진보 혹은 좌파 진영과 보수 혹은 우파 진영 사이에는 남북문제를 둘러싸고 현격한 시각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전자는 대체로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평화를 더 중시한다면, 후자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비정상 체제인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난에 대해서는 진보 쪽은 미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하고, 보수 쪽은 북한 체제의 모순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북한의 선군주의에 대해서도 진보 쪽은 외세에 대한 자위권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측면이 있고, 보수 쪽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한 버티기로 보는 편이다. 대체로 진보 쪽은 이른바 ‘내재적 비판론’에 입각해서 가능하면 북한을 이해하거나 감싸려고 하는 반면에, 보수 쪽은 한마디로 북한 체제는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는 잠재의식이 강할 것이다. 그래서 NLL 문제를 둘러싸고도 상반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하여 북한 김정일 前 위원장이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또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언급하자, 노무현 前 대통령은 “위원장이 지금 구상하신 공동어로수역을 이렇게 군사 서로 철수하고 공동어로하고 평화수역 이 말씀에 대해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라고 답변했다.

   원론적으로는 두 지도자의 말이 그럴듯할 수도 있다. 상호 분쟁이 끊이질 않으니까 공동어로구역이든 평화수역이든, 이렇게 공동으로 관리한다는 발상이 꼭 그렇게 나쁜 것만으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현실로 들어가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군 당국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좋게 보면 남북한 평화의 진전이라고 볼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사실은 위장 평화를 펴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이것은 남북 간에 획기적인 관계 개선이 있을 때 논의할 수 있는 것이지 툭 하면 서해안에서 도발을 일으키는 북한인데, 뭘 믿고 그런 결정을 한단 말인가. 현 시점에서 NLL에 대한 공동 관리는 분란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더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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