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일본 여행 경비가 줄어들면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약 440만여 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을 방문하면 꼭 들리는 곳 중에 한 곳이 바로 ‘신사’다. 신사는 일본 토착 신앙의 사당으로, 관광객들은 일본의 전통 문화를 체험한다는 의미에서 신사를 방문하고 소원을 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이 소원을 빈 신사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고 가야 하지 않을까? 신사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첫 번째, 2차 세계대전 등 전범들을 신으로 받드는 ‘야스쿠니 신사’ 

출처 _ 위키미디어

이곳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만주 사변 등 일본이 벌인 여러 전쟁에서 숨진 군인과 민간인 약 245만여 명의 위패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들을 신격화해 매년 제사를 지낸다. 과거 일제 군국주의의 탐욕은 인간의 존엄성을 처참히 짓밟았고, 이로 인해 일본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나라에서 셀 수 없이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곳에는 제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보관되어 있는데 이들을 신격화해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군국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의 신사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신사 중 하나가 바로 ‘야스쿠니 신사’다. 야스쿠니 신사는 매년 신사 참배 논란으로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신사로 일본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두 번째, 명성황후 시해한 칼 ‘히젠투’가 보관된 ‘구시다 신사’ 

출처 _ 위키미디어

 

757년에 지어진 구시다 신사는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위치해 있다. 구시다 신사는 후쿠오카 지역 최대의 축제인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초대형 가마 ‘오이야마’가 출발하는 곳으로 유명해져 후쿠오카 여행객이라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구시다 신사는 일제 침략의 아픈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후쿠오카에 위치한 구시다 신사는 명성황후의 목숨을 끊은 칼, ‘히젠토’가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1895년 일본 자객들은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뒤 뒷산에 묻어버렸다. 그리고 여기에 동참한 도오 가쓰아키가 1908년 구시다 신사에 명성황후를 살해한 칼을 기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06년 문화재 운동을 벌이던 혜문 스님에 의해 알려졌지만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 이곳에서 한글로 적힌 기도문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세 번째, 임진왜란 침략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받드는 ‘도요쿠니 신사’  

출처 _ 위키미디어

 

도요쿠니 신사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떠받드는 신사로 일본에는 가나자와, 교토, 나고야, 오가키, 하쓰카이치시 등 총 5곳이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1598년 9월 18일 사망하자 그의 부하들은 신사를 세우고 도요토미를 도요쿠니 대명신으로 떠받들었다. 이렇게 세워진 5곳의 신사 중 교토 시에 있는 신사 근처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조선인들의 코와 귀를 묻어둔 무덤인 ‘이총’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곳이 무고한 수백만 명의 조선인들을 학살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기리는 신사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족의 건강, 취업, 재물운은 물론이고 남북통일 등의 소원을 한글로 적어 걸어놓기도 했다는 점. 이제부터는 일본의 신사에 대해 정확하게 알도록 하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이야 말로 이 말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내가 찾은 이 신사가 어떤 곳인지 정확히 알고 방문할 때 그 곳을 찾은 의미가 클 것이다. 단순히 여행지에 왔으니 유명한 곳을 방문해서 사진을 찍자는 것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닌, 그 장소가 지니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 여행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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