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지난 8월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보도연맹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보도연맹의 이야기를 알기 위해서 시작된 이야기는 도둑골에서 발견된 뼈무덤 사건입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경남 마산 여양리에서 한 마을 여성이 죽은 채 산골짝 너른 바위 위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런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죠. 아무런 상처도 없었고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타살의 흔적도 증거도 남기지 않은 채 숨진 여성의 죽음 이후 마을 총각들에게는 이사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됐고, 계속되는 기이한 일에 영혼결혼식을 열어주기도 했고 무당은 묫자리에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영화 레드툼의 한 장면

이후 최악의 태풍이라 불리던 루사가 대한민국을 휩쓸고간 2002년 여름, 마을에서는 163여구의 유골이, 말 그대로 뼈무덤이라고 할 정도가 발견됐습니다. 또한 유해발굴 과정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 폐광이 발견됐는데 그 안에 23구의 시신이 차곡차곡 쌓여있었습니다. 

대체 도둑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고 이들은 왜 집단으로 묻힌 것일까요. 

단서는 폐광 속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돌무더기 밑에서 발견된 시신들과 달리 폐광 안에서 발견된 시신들은 고여 있던 물 때문에 백골화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시신을 분석할 수가 있었죠. 분석 결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남성이었고 양복을 입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당시 어느 정도 상류층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에 따르면 1950년 여름 어느날 마산 여양리에는 가득 사람들 실은 트럭이 왔다고 합니다. 낯선 사람들이 트럭에 실려 도둑골 골짜기로 향했고 마을 사람들은 숨죽여야 했는데, 그 이유는 그 여름 도둑골로 향했던 163명의 사람들은 살해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도둑골로 데려가 잔혹하게 살해한 것은 누구였을까요. 그 중심은 바로 보도연맹이라고 합니다. 국민보도연맹은 이승만 정부가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을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만든 조직 단체 인데요. 

1949년 좌익 운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로 조직한 반공단체로, 1948년 12월 시행된〈국가보안법〉에 따라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결성되었는데, 일제강점기 사상탄압에 앞장섰던 ‘시국대응전선사상보국연맹’체제를 그대로 모방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절대 지지, 북한정권 절대 반대, 인류의 자유와 민족성을 무시하는 공산주의 사상 배격·분쇄, 남·북로당의 파괴정책 폭로·분쇄, 민족진영 각 정당·사회단체와 협력해 총력을 결집한다는 내용을 주요 강령으로 삼았고, 1949년 말에는 가입자 수가 약 30만 명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주로 사상적 낙인이 찍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거의 강제적이었으며, 지역별 할당제가 있어 사상범이 아닌 경우에도 등록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또 한국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좌익이 아님을 증명했던 보도연맹원증은 돌연 살생부가 됐고, 도둑골 사건은 보도연맹원들이 좌익에 협조할 수 있다는 명복으로 자행된 학살이 된 겁니다. 

따라서 학살 당한 사람중 보도연맹원이 아닌 사람도 있고, 그 중 안용봉이라는 독립운동가는 해방 후 지역사회 시민들로부터 존경받았으나 이승만 정권 쪽에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로 보도연맹에 가입돼 학살당했다고 합니다. 

정치와 권력에 의해 희생되어야만 했던 보도연맹. 그러나 지금까지 정확한 설명과 사과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잘못된 역사는 숨기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잡을 때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것. 보도연맹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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