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간혹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중국 일부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이고 비인간적인 모습이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까? 다른 나라의 시민의식을 꼬집기 이전에 우리부터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 그런 점을 반성해볼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데이트 폭력이 발생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구경만 하는 채 우물쭈물하는 사이 가해자는 도주했고 심지어 방치된 피해자 가방을 누군가 훔쳐가기까지 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는 중국이 아닌 국내 한 거리에서 발생한 일이다.

[사진/픽사베이]

지난달 24일 식당가와 아파트촌이 들어서 있는 광주 서구 치평동 거리에서 김 모(여성, 59세)씨가 주 모(남성, 59세)씨로부터 일방적으로 심한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주씨의 폭행은 지인의 소개로 만난 김씨의 원룸 안에서 시작됐다. 방안에서 심각한 폭행을 당하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씨는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주씨는 집요하게 뒤쫓으며 주먹질과 발길질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폭행을 이어갔다. 심지어 주씨는 김씨가 더 달아나지 못하도록 발목을 짓밟아 뼈까지 부러뜨리는 잔인함을 보였다.

당시 김씨가 주씨의 무차별 폭행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동안 주변에는 거리를 지나던 행인과 차를 몰고 귀가하는 시민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서 주씨의 폭행을 저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주씨는 폭행을 이어가다, 한참 뒤 누군가로부터 112상황실 신고 전화가 접수되는 동안 구경꾼 사이를 유유히 헤쳐 도주까지 해버렸다.

물론 폭행에 직접 가담하는 것은 쌍방 폭행으로 연관될 수 있고, 혹시 자신 역시 상해를 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서 꺼려질 수 있다. 아니 그것이 더 현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직접 말리는 것이 아니라도 폭행이 벌어지고 있으면 재빠르게 신고라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그랬더라면 주씨는 현행범으로 붙잡히고 김씨의 부상 피해는 훨씬 덜 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민낯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다. 김씨가 주씨의 심한 폭행에 시달리고 있는 동안 도로에 방치되어 있던 김씨의 핸드백을 현장을 지나던 한 운전자가 집어간 것이다. 발목까지 부러뜨리는 심각한 폭행이 벌어지는 상황.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피해자의 핸드백을 집어가다니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대한민국 거리의 비정함에 김씨는 신체에 심각한 상처는 물론 마음의 병도 심각하게 들었다. 김씨는 손목에 골절상을 입는 등 전치 7주가량 상해 판정을 받았고 경찰의 도움으로 상처 치료와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다행이 폭행을 가한 주씨는 3주가량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광주의 화상경마장 앞에서 잠복 중인 경찰관에게 긴급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김씨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흉기까지 휘둘렀던 주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리고 김씨의 핸드백을 훔쳐간 승용차 운전자의 행방도 쫓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 거리에서 발생한 끔찍한 데이트 폭력 사건. 이날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폭력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비정함이 여실히 드러나서가 아닐까. 물론 일부의 사건으로 일반화를 시켜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과거 넘치던 인정이 현대사회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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