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지난 2004년 10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 축구선수 세르지뉴가 경기 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었다. 당시 세르지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시간 뒤 사망했고, 이 모습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축구 경기 중 갑작스러운 세르지뉴의 심장마비 돌연사. 부검결과 그 원인은 비후성심근증이었다.
 
비후성심근증이란 유전적으로 심장의 좌심실 벽(근육)이 일반인에 비해 지나치게 두꺼워 심장의 기능을 방해하는 병이다. 비후성심근증은 두꺼운 좌심실의 벽이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를 막아 호흡곤란, 가슴통증, 어지러움, 실신 등을 야기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

비후성심근증의 또 다른 무서움은 평소 생활에서는 증상을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이 비후성심근증이 줄 모르고 농구, 축구, 달리기처럼 격렬한 운동을 하다가 돌연사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구 경기 중 심장마비로 돌연사 한 브라질 축구 선수 세르지뉴 역시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비후성심근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비후성심근증은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선천적 질병이다. 인구 500명중 1명 비율로 발생하는데, 부모 중 한 명이 비후성심근증 환자일 경우 자녀가 이 병에 걸릴 확률은 50%에 이른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비후성심근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간혹 우리 몸의 근육처럼 심장의 근육이 두꺼우면 더 좋은 것 아니냐 하는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장은 펌프질을 해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유연하고도 역동적인 장기다. 이런 심장 근육이 과도하게 두꺼워지면 피가 뿜어져 나가는 통로가 좁아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심장은 좁아진 통로로 신체에 필요한 혈액을 보내기 위해 더 강하게 수축하려고 한다. 이런 악순환이 발생해 결국 심장마비에 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후성심근증 환자로 판명된 사람은 축구, 농구, 단거리 달리기, 장거리 달리기 등의 운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현재 증명된 치료법은 적절한 약물유지요법과 수술 적 치료밖에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유전병인 비후성심근증을 애초에 발생하지 않게 하는 법이 연구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 연구팀은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OHSU) 교수팀과 함께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 MYBPC3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여기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특정 DNA(유전자)를 없애거나 더하거나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할 수 있는 인공 절단효소를 말한다. 유전자가위는 주로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교정, 항암 세포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연구팀의 실험은 변이가 일어난 MYBPC3 대립유전자(부계와 모계에서 하나씩 받은 유전자)를 지닌 정자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정상인 난자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수정 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난자의 대립유전자가 변이가 일어난 대립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통해 비후성심근증 변이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유전되지 않을 확률이 72.4%로 나타났다“며 ”자연상태의 50% 보다 22.4%포인트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전병으로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한 채 죽음의 위험에까지 다다르게 하는 비후성심근증. 비후성심근증은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인 심장 기능에 이상을 미치는 만큼 무서운 질병으로 인식되어 왔다. 현재 한/미 연구팀의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애초에 비후성심근증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연구가 그 가능성을 나타낸 만큼 해당 병에 대한 종식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그와 더불어 유전자 가위 기술로 인해 많은 유전병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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