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예술적인 재능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요? 배우 하정우, 구혜선, 가수 솔비 등은 연기자이면서 가수이지만 그림에서도 재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스위스 화가 파울 클레 또한 문학, 음악, 미술에서 다재다능한 재능을 보인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의 재능은 집안 내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버지는 독일에서 이주한 주립 사범학교의 음악교사, 어머니는 음악학교에서 성악을 배우는 음악가 집안이었습니다. 파울 클레 스스로도 7세 때부터 바이올린 교습을 받은 프로급의 바이올린 연주자이며, 그가 부인으로 맞아들인 사람도 피아니스트였을 만큼 그는 음악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죠. 뿐만 아니라 틈틈이 작문을 하고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파울 클레 (출처/위키백과)

이러한 그의 배경은 그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시적 감각이 물씬 느껴지는 회화 작품의 제목을 짓는다던지, 그림에서는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을 자주 그려 그가 평생 제작한 1만여 점의 작품 가운데 500점 이상이 음악과 관련된 것이었죠. 

고등학교 졸업 후 진로를 정할 때 음악과 문학을 포기하고 그림을 선택했지만 그가 가진 재능은 미술 작품의 큰 자양분이 되었죠.

그는 각 시기마다 다양한 화풍을 선보였는데요. 미술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흑백으로 이뤄진 등판화와 선화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하였습니다. 드로잉에 강점을 보인 파울 클레는 4,500여 점이 소묘 작품일 만큼 주요한 작업 수단이었죠. 상대적으로 색체에는 큰 약점을 보였던 클레는 1912년 튀지니 여행을 다녀오면서 전환기를 맞이합니다. 대량의 색채를 다양하게 혼합하여 밝은 톤을 띠고, 시선을 강하게 끌어들이는 것이 특징인 작품을 다수 발표하게 됩니다.

그에게 색체는 자연을 재현하는 수단이 아닌 색채에 대한 순수한 자각 즉, 색채 그 자체에 대한 개념이 생기게 된거죠. 이를 바탕으로 그는 정신적·심리적인 것을 표현하는 색채를 중시하게 됩니다.

그가 칸딘스키, 몬드리안과 같은 추상화의 길을 걷지만 기본적인 구상을 벗어나지 않는 이유도 정신적인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세네치오(Senecio, 1922) (출처/위키미디아)

그의 자화상으로 알려져 있는 세네치오(Senecio, 1922)는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잘 반영했습니다. 커다란 둥근 얼굴에 좌우가 어긋난 익살스러운 눈, 작은 입이 어우러진 세네치오는 노란색 꽃에 부드러운 털이 있어 일명 ‘노인네 수염’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당시 클레는 턱수염을 길렀는데 자신의 턱수염과 세네치오를 연결해 은유적 제목을 붙였죠. 대담한 붉은 색과 오렌지색의 대비가 강렬한 것도 특징 중 하나 입니다. 

클레의 일기 중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 나의 주제는 외모의 특징을 잡는 것이 아니라 내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겉모습을 넘어선 정서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내 그림이 실제보다 더욱 사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추상화가의 대표 화가인 몬드리안, 칸딘스키에서도 그의 그림이 독보적인 이유도 이러한 그의 철학이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재능을 지닌 파울 클레의 그림이 여러분들에게도 다양한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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