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연선 pro] 문학이야기는 매주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독자와 함께 소통하고자 만들어진 콘텐츠로, 책이나 글에 점차 멀어지고 있는 현대인들의 지(知)를 고취시키고자 제작됩니다. 순수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인 만큼, 간혹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사무실의 점심시간,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던 A씨는 부장님의 한 마디에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오늘 점심은 중국집 가는 게 어때? 내가 살게”. 부장님의 제안에 모두 군소리 없이 부장님을 따라나섰다. 그렇게 10명 남짓한 부서원들이 중국집에 모여 앉았다. 짜장면을 시키는 부장님. 그리고 마음껏 고르라는 소리도 잊지 않으셨지만 부서원들은 모두 짜장면을 시켰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에서는 점심식사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짜장면을 먹기 싫었다, 짜장면 먹어서 속이 좋지 않다 등등. 분명 단 한 사람도 부장님의 점심 제안을, 그리고 메뉴 선택에 어떠한 불만도 제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왜 아무도 반대를 하지 않았을까.

사실 우리는 눈치를 타인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삶을 살고 있다.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에 정작 내 자신의 선호, 취향과는 무관하게 다른 사람의 선택을 따르게 된다. 그렇게 타인의 굴레에 갇히다 보면 결국 내 기준은 사라지게 되고 내가 한 선택은 타인을 배려한 것이라는 합리화로 포장되곤 한다. 내 안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이의 눈치를 보며 사는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짜장면 한 그릇에도 수많은 짜증이 오가는데, 인생의 수많은 선택을 타인에 의해 결정짓는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큰 한 방을 먹이는 존재가 있다. 가슴에서 나오는 대로 거친 말을 쏟아내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존재. 종교와 이념, 사상은 물론 타인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혼. 그의 이름은 바로 ‘조르바’다. 조르바에게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순수한 욕망대로 사는 것’이다.

규율과 이성에 갇혀 사는 주인공 ‘나’와 본능과 감정에 충실한 ‘조르바’의 대비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때로는 오만하고 방탕하며 거칠지만, 때로는 열정적이고 순수하며 자유로운 조르바의 삶은 답답한 우리에 유쾌한 충격을 선사한다. 그리고 우리는 거침없는 조르바의 삶을 통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오늘도 ‘짜장면’을 거절하지 못한 당신.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