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아시나요? 콜린 퍼스,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영화로 화가 베르메르와 그의 작품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주제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미국의 소설가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속에서 16세 소녀 그리트는 아버지가 사고로 시력을 잃자 돈을 벌기 위해 화가 베르메르 집에 하녀로 들어갑니다. 베르메르의 작업실을 청소하기 위해 방에 들어간 순간 그리트는 다른 세상에 온 것 만 같은 감동을 느끼게 되고 베르메르는 그런 그녀를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됩니다.

(출처/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이를 눈치 챈 베르메르의 후원자인 라이벤은 그리트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베르메르에게 그녀를 모델로 해서 그림을 그리라고 종용하죠. 그리트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베르메르와 하녀라는 신분 때문에 그저 베르메르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그리트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작품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Girl with a pearl Earring, 1660-65)은 작가적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많은 비밀을 지녔습니다. ‘북구의 모나리자’로 불리는 이 작품은  오직 짙은 어둠 속에서 소녀만의 초상만이 빛이 납니다. 베르메르의 작품 중에 이례적으로 인물의 얼굴만을 클로즈업 한 작품이기도 하죠.

(출처/위키백과)

그림 속 소녀는 앳된 얼굴과 촉촉한 입술,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턱, 무엇보다도 둥글고 큰 눈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신비로운 눈빛으로 그림 밖을 쳐다보고 있죠. 이 그림이 더욱 신비로운 것은 바로 인물의 신분이나 상황을 짐작할만한 소품이 하나도 없기에 그녀에 대해 어떠한 것도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소녀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터번은 렘브란트의 그림 속 모델에서도 자주 보이는 동양적인 도구로 이 여자가 네덜란드인이 아닌 타지의 사람일 가능성도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은 그녀의 시선과 슬픔을 간직한 알 수 없는 표정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죠. 이러한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작은 여지가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됩니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 베르메르는 빛의 효과를 이용해 공간, 물체, 사람의 형태를 표현했는데요. 밝고 부드러운 빛과 따스한 색을 주로 쓰면서 대상의 입체감과 사실감을 살렸습니다.  

그의 가장 사랑 받는 작품들은 하이라이트를 준 부분들로 반짝거리는 듯 보입니다. 이 하이라이트 부분들은 '푸앵틸레'(pointillés)라고 불리는 일종의 점묘법을 이용한 것인데요. 작은 점들을 엷게 칠해서 표현한 것입니다.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도 귀고리는 단 두 번의 하이라이트적인 붓터치로 재현되었습니다. 이는 소녀의 옷깃을 반사하고 소녀의 얼굴과 머리에 표현된 하이라이트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출처/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베르메르는 살면서 대략 35점의 많지 않은 작품을 남겼으며 제작연도를 기록하지 않아 위작 논란도 많죠. 그러나 그의 그림은 오늘날 회화 작품과 견주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감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후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베르메르의 빛과 색채 기법. 그리고 그림에서 주는 상상력은 지금도 많은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며 다양한 상상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티브로서 우리의 창작욕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베르메르와 그의 작품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여러분에겐 어떤 상상을 자극시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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