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 디자인 이연선 pro] 누군가에게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 내 가족이나 친인척이 그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모르는 사람보다 더욱 비참하고 괴롭고 분노가 차오를 것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친일파가 그랬다. 이들은 일제를 등에 업고 권세를 부리며 더욱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일본인보다 더욱 동족을 괴롭히고 억압하고 감시했다.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이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이 나고 우리나라도 광복을 맞이했다. 일본인들은 자기들 나라로 철수했고 한국에는 친일파들이 남아 있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가 처음으로 해야 할 것은 식민지의 잔재를 청산 하는 일이다. 강제로 우리의 문화, 경제, 법률 등이 일제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우리 민족에 맞게 다시 돌려 놔야 했다. 그리고 친일파의 청산이 있었다. 식민지의 잔재의 주체는 바로 친일파였기 때문이다. 친일파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식민지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친일파들을 청산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게 되었다. 미군정기인 1947년 7월에 과도입법의원에서 상정한 ‘민족반역자ㆍ부일협력자ㆍ간상배 조사위원회법’과 정부수립 후 1948년 9월 제헌국회에서 만든 '반민족행위처벌법’이다.

하지만 두 법 모두 실패하였고 대한민국은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다. 어떤 이유였을까?

먼저 해방 후 친일파 관료들은 자신들이 처벌을 받을까봐 몸을 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처벌은커녕 그들의 권세를 기반 삼아 군정을 핀다는 속셈을 가진 미군정에 의해 요직에 재등용 되었고 미군정기에 상정된 친일파 청산 법 ‘민족반역자ㆍ부일협력자ㆍ간상배 조사위원회법’은 미군정의 반대에 의해서 통과되지 못했다. 친일파들은 재등용 되어 관리가 되었고 정부가 수립된 후에도 유지가 되자 마치 친일행각을 했던 것을 사면 받은 듯 오히려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1948년 정부가 수립된 후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이 만들어졌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국회에는 '반민족행위처벌특별위원회’와 특별 검찰, 재판부가 설치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승만 대통령 때문에 잘 시행이 되지 않았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들의 정치자금을 거절하지 못했다. 일제의 수탈로 인해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친일파 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들의 재산을 국고로 환수시켰어야 했지만 미군정에 의해 이미 실패했고 이들은 행정부, 사법부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에 대해 새나라 건설을 위해 ‘용서’와 ‘화합’이 필요하고 경험 있는 관료와 경찰, 군인이 필요하다며 이들을 등용해 버렸다. 사실상 여기서 친일파 청산은 거의 끝났다고 봐야 했다.

또한 친일파들이 분단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반공주의자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을 처벌하자고 하면 그 사람을 공산주의자, 즉 빨갱이로 몰아갔다. 당시 친일파에 대한 인식도 나빴지만 일제 강점기는 과거이고 분단 상황은 현실이었기에 공산주의자는 박멸을 해야 하는 존재였다. 친일파들은 이렇듯 교묘하게 백성들을 현혹시키고 엄청난 처세술을 펼쳐 한시법이었던 ‘반민법’의 효력이 정지될 때 까지 버텼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청산된 친일파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으며 심지어 사형을 당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또한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나마도 완전히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일제에게 엄청난 유린을 당한 우리가 친일파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는 의미는 당시 엄청나게 일이 잘 못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와 비슷하게 독일에 지배를 당했던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국가들은 식민지 잔재의 청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배국 행위를 한 사람들에게는 사형이나 종신강제 노동형, 징역에 처하는 등 철저하게 처벌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처벌을 할 수 도 없었을 뿐더러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본에게 자본을 차관해 와야 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는 친일파 숙청에 대한 논의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쌓은 부와 권력을 바탕으로 현재도 국가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마음을 돌려 이들이 국가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한다면야 과거에 대한 용서를 할 수 도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 반성은 없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과거사를 왜곡 시키려 하거나 여론몰이를 하는 모습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

첫 단추가 잘 못 채워지면 계속 잘 못 채워지고 과거의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현재도 청상이 안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일본이 현재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과거조차 하지 않고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 우기는 것 역시 우리가 스스로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친일파 청산의 과제는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의 일이기도 하다. 이 문제가 여전히 현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이는 반드시 처리를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다만 그 기회가 가장 컸을 당시 우리의 손으로 해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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