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전 세계가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테러 위협 소식은 간간히 들려온다. 그리고 이웃 나라 일본 또한 다르지 않다. 이처럼 테러의 위협이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각국에서는 테러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제도적 장치들은 수많은 반대에 부딪히며 여러 논란들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공모죄’ 통과를 꼽을 수 있다.

일본은 2017년 6월 15일, ‘테러 등 준비죄 처벌법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직범죄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정부는 이 법안이 테러 등 조직적 범죄를 준비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모죄’라 불리는 이 법은 조직범죄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계획에 합의한 전원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지금까지는 실행이 되어야 처벌할 수 있었지만 이 법안의 통과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출처 / 픽사베이

표면적으로 국민들을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고자 만들어진 법이 왜 논란이 된 것일까. 일본 정부는 테러 조직이나 조직폭력단 등 범죄 집단만을 대상으로 한 법일 뿐 시민들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범죄 집단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범죄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범죄 집단으로 의심되는 집단을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사생활까지도 침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일본에서는 공모죄 발의와 통과를 두고 상당히 큰 반발이 있었다. 야당은 법무대신 불신임 결의안과 내각 불신임안을 냈지만 부결됐다. 또 참의원의 한 야당 의원은 공모죄 통과에 반대하며 표결을 위해 등단할 때 아주 천천히 걸으며 항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국회에 모여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여당은 법안 발의 절차를 어기고, 편법을 이용해 법안을 발의한 후 여야의 압도적인 의석차를 이용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렇게 이 법을 무리하게 통과시켰을까. 표면적으로 볼 때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테러 방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일본 국회는 6월 18일에 끝나게 되는데, 회기 내 이 문제를 마무리 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는 곧 있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여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아키에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아베 총리의 입장에서 공모죄 논의를 위해 국회 회기가 연장되면 스캔들에 대한 추궁도 이어지는 것이기에 상당히 큰 부담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공모죄가 국민을 위한 법이었다면, 왜 일본 정부는 국민을 먼저 설득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일까. 아무리 좋은 목적의 법이더라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 그것은 악법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는 것이다. 법은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자 사회를 운영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한 법이 우리 사회의 근간이자 기준이 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우리나라 또한 테러방지법을 둘러싸고 상당히 큰 논란을 일으켰고,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공모죄와 테러방지법, 이것이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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