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고 습도가 올라가면서 불쾌지수가 높아질 수 있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 한 편이면 기분까지 좋아지게 되죠. 

그러나 코미디의 종류도 여러 가지! 간혹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영화를 보자니 벌써 마음부터 피곤해서,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미국식 코미디로 다시 봐도 유쾌해지는, 저기압인 기분을 고기압으로 옮겨줄 수 있는 영화 ‘화이트 칙스(White Chicks, 2004)’를 소개합니다.  

<영화정보>
화이트 칙스(White Chicks, 2004)
코미디, 범죄 // 2004.11.17. // 108분 // 미국 // 15세 관람가 
감독 - 키넌 아이버리 웨이언스
배우 - 숀 웨이언스, 말론 웨이언스, 제이미 킹, 프랭키 페이슨, 로슬린 먼로, 존 허드 

<백인으로 변신한 블랙 콤비>
위장술 하나는 끝내주지만 정작 사건 해결은 못해본 FBI 명물 콤비 마커스(말론 웨이언스)와 케빈(숀 웨이언스). 그들은 보고도 없이 지원병력도 없이 자신들끼리 일을 해결하다 순간의 착각으로 거물급 마약상을 놓치는 일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매번 사고만 치는 그들. FBI에서 퇴출 위기에 몰리게 되고, 둘은 이라크로 전출되기 전 얼떨결에 자선파티 참석을 위해 LA에 오는 호텔재벌 윌슨가 자매의 경호를 맡게 된다. (모두가 꺼려하는 경호, 둘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일에 자진해서 일에 투입되게 된다)

하지만 첫날부터 재수없는 행동으로 호들갑을 떠는 자매들과 실랑이를 하다, 한명은 입술에 한 명은 코에 상처를 내는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자선행사에 참여해 한 눈에 주목 받길 원했던 그녀들. 상처로 인해 절대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난리를 치게 된다. 하지만 그녀들을 자선행사에 참석하게 한 뒤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미션. 

포기하지 않은 그들은 또 위장술의 방법을 생각해 낸다. ‘가슴에 뽕 넣고 얼굴에 분을 찍어 발라서라도’ 그녀들로 변신해야 했던 그들. 그녀들을 대신해 사교계를 휘어잡아야 하는 미션을 가슴에 넣고 풍만한 가슴과 S라인 몸매의 금발미녀로 변신하게 된다. 

그러나... 키도 커지도 덩치도 커진 그녀들. 무언가 이상하긴 하지만 이상교묘하게 미션을 무사히 수행해내는가 싶더니, 결국 진짜 윌슨가 자매들에게 들키게 되고 미션이 끝나가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알려지게 되는데! 그들은 과연 무사히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이야기>
- 부담스럽지 않은 미국식 코미디 

영화를 보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위장입니다. 누가 봐도 마커스와 케빈의 위장은 윌슨가 자매들과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기묘한 위장술이 소위 말 하는 ‘약발’로 인정되면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사실 영화를 깊이 있게 보자면 불편한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먼저 화이트 칙스의 ‘칙스(Chicks)’는 젊은 여자라는 의미뿐 아니라 매춘부, 코카인 등의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는 감독부터 주연배우까지 흑인인 점을 감안할 때 백인사회를 향한 흑인들의 불만 그리고 여성에 대한 비하를 그대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인 저도 여성인지라 이런 사실들이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표현 방식 자체는 참신하고 유쾌합니다. 유치함의 끝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행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진지함이 없고 말초적인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를 이릅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들의 코미디에 녹아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미국식 코미디, 아마 화이트칙스가 대표적이지 않을까요? 

- 실화바탕 그리고 신기한 그들의 위장 
웨이언스 형제들이 활약하는 코미디 ‘화이트칙스’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단순히 이 영화를 백인사회를 비난하는 흑인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일 겁니다. 이 영화의 윌슨 자매 관련 에피소드는 힐튼가의 상속녀인 페리스와 니키 힐튼 자매의 실화를 토대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요. 힐튼 자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힐튼 호텔의 창립자인 콘라드 힐튼의 증손녀로 미국 유명 파티장과 패션쇼장에서 자주 찾는 사교계 명사들입니다. 

또한 그들의 위장술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30대 흑인 남성을 금발의 20대 백인 여성으로 변신시킨 것인데, 인종과 성(性), 나이를 한꺼번에 뒤바꾸는 이 무모하고 기발한 발상은 웨이언스 형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할리우드가 자랑하는 컴퓨터그래픽의 대신, 말런과 숀은 체중을 13kg이나 줄였고 촬영 때마다 백인 미녀로 변신하기 위해 전신 화장과 보디페인팅을 하며 몸매를 보정해 주는 다양한 여성용 속옷도 입었다고 합니다. 이런 분장에 최대 12시간이 걸렸고 30kg에 이르는 화장품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단연 그들이 백인으로 변한 과정은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여자들의 남장은 적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남자들의 여장은 쉽게 표현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이 가진 선천적인 체구와 골격 때문이겠죠. 물론 이들의 위장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불편하고 불쾌하다고 하며 혹평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절묘한 콤비를 보고 있자면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형제여서 그들의 콤비가 더욱 빛나는 영화 <화이트 칙스(White Chicks, 200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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