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살면서 사람이 바보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순간은 감성이 이성을 이기는 순간일 것이다. 손과 발, 입, 표정 그 어느 것 하나 머릿속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 이만큼 바보 같은 순간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한다. ‘첫사랑’, 그녀 혹은 그의 앞에만 서면 나는 바보가 된다. 첫사랑이라 부르는 이 바보 같은 경험은 ‘처음’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마음 속 깊숙이 새겨진다, 이처럼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경험이기에 ‘첫사랑’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많은 공감을 얻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속에 새겨진 첫사랑을 끄집어낸 영화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 찬란한 무지개처럼 빛나는 첫사랑의 순간, ‘플립’

출처 / 영화 <플립> 스틸컷

첫사랑 영화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플립’은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인 줄리는 남자 주인공 브라이스를 보고 첫 눈에 반하게 된다. 90분이라는 상영 시간동안 첫 만남부터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남녀 주인공이 겪는 감정의 변화가 세심하게 그려진다.   

예쁘지는 않지만 따뜻한 감성을 지닌 소녀 줄리와 꽃미남이지만 다소 소심한 브라이스의 풋풋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플립.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빠지는 순간, 브라이스가 줄 리가 준 달걀을 버리는 순간, 그 이후 브라이스가 줄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순간까지. 영화 속 주인공들이 느끼는 순간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첫사랑을 대하던 나의 감정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010년 해외에서 먼저 개봉한 ‘플립’은 입소문을 타며 국내 네티즌들에게도 인생 영화로 꼽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해 7월 ‘플립’이 국내 스크린에서 정식 개봉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과 설렘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면 7월 극장을 찾아가보자. 
 
두 번째, 나도 어느 순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까? ‘건축학 개론’

출처 / 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이 문장이 보여주듯 ‘건축학개론’은 첫사랑 영화의 대표주자로 여겨진다. ‘건축학개론’은 캐스팅에서부터 첫사랑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청순하고 청초한 이미지의 수지와 순진하고 다소 어리숙한 이제훈의 캐릭터는 우리가 첫사랑을 떠올렸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보편적인 이미지다.

기찻길을 걷는 장면, 첫 눈이 내리는 날 만나기로 약속하는 장면 등. 과거라는 설정에 이제훈과 수지의 모습은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현재의 아이들에게는 다소 낯설어 보일 수 있다.하지만 그 시기, 그 나이대를 보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설렐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또 현실에서의 엄태웅과 한가인의 모습에선 풋풋했던 첫사랑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과거 첫사랑의 풋풋함을 더 드러나게 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 첫사랑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를 떠올린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연락을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마음속에 숨어 있던 첫사랑의 기억을 끄집어 낸 ‘건축학 개론’, 그만큼 첫사랑의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는 반증이 아닐까.

세 번째, 아련한 영상미와 스토리 속에 피어나는 첫사랑의 기억, ‘클래식’

출처 / 영화 <클래식> 스틸컷

건축학 개론이 2010년대 첫사랑의 대표작이었다면, 2000년대 초반 첫사랑의 대표작은 단연 ‘클래식’이라 할 수 있다, 손예진, 조인성, 조승우 주연의 영화 클래식은 딸의 연애를 통해서 
엄마의 연애 시절을 그려내는 다소 독특한 구성의 영화였다

과거 손예진과 조승우의 스토리는 마치 황순원의 소나기를 보는 것처럼 풋풋하게 그려진다. 특히나 과거와 현재에 편지를 대필해주는 장면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것. 사실 이쯤 되면 한쪽의 관계를 정리하기 마련인데 극 중 인물들은 담담히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준다. 그렇게라도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첫사랑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스토리와 함께 아련한 영상미까지 더해진 클래식은 단연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중 하나다. 엄마가 살던 시대의 첫사랑과 딸이 사는 시대 첫사랑이 닮아 있다는 것은 누구든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전설적인 명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한다. 첫사랑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음이기에 서툴고, 작은 것 하나에도 쉽게 속상하고 서운해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단순히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그만큼 컸기에 그러한 것이라는 걸 우리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래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다소 오글거리지만 설렘과 아련함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다시금 이러한 풋풋함과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첫사항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 단, 옆에 있는 이성친구가 있다면 비밀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괜히 싸울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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