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정선 pro] 지난달 MBC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웹툰작가 기안 84가 자신의 웹툰에 등장하는 주인공 ‘우기명’을 찰흙을 이용해 실제 크기로 만드는 장면이 방송됐다. 철골 구조로 틀을 잡고 찰흙을 이용해 형태를 만들어나간 기안 84는 작업을 마친 후에 만족스러웠을까. 기안 84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며 ‘공포스럽다’며 ‘불쾌한 골짜기’라는 말을 사용했다.
 
불쾌한 골짜기. 방송 자막에는 간단하게 ‘사람 같은 인형을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면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의미하는 로보틱스 이론 중 하나다. 사람이 가지는 로봇에 대한 호감도는 인간과 로봇의 유사성과 비례하는데,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사람은 인간을 닮은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지나 로봇의 외모가 인간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한 정도가 되면 호감도가 다시 상승한다고 한다. 이 때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호감으로 변화하는 그 사이의 과정을 ‘불편한 골짜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한 골짜기 이론’은 1970년 일본의 로보티시스트 모리 마사히로에 의해 소개됐다. 모리에 따르면 인간은 인간과 비슷하지 않은 존재를 바라볼 때 인간적인 특성을 더 잘 발견하게 되어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에 대해 호감도를 갖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인간과 유사한 존재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특성이 아닌 점들이 더 많이 부각되기 때문에 앞에 있는 존재에 대해서 거부감이 든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불편한 골짜기의 범위 내에 있는 존재들은 로봇이 아닌 정상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이 존재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불쾌한 골짜기를 어디서 많이 느낄 수 있을까. 우리가 가장 쉽게 불쾌한 골짜기를 느낄 수 있는 경우는 3D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다. 물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력이 지금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캐릭터들이 인간과는 꽤나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 모습이 불쾌한 골짜기에 도달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물의 묘사가 점차 사실로 가까워지면서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3D 애니메이션인 ‘폴라 익스프레스’와 ‘베오울푸’가 있다.
 
하지만 이 불쾌한 골짜기를 역으로 이용한 경우도 있다. 미드 ‘워킹데드’나 영화 ‘28년 후’ 등에 등장하는 좀비들의 경우 불쾌한 골짜기를 이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좀비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괴상한 소리를 내고, 똑바로 걷지 못하는 등 완전한 인간의 모습이라 할 수 없기에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비해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요즘에 제작된 콘텐츠에서는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불편한 골짜기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VR기술이 영상, 게임 등의 콘텐츠에 적용되면서 앞으로 우리가 바라보게 될 캐릭터들은 훨씬 더 인간의 모습과 유사해질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기술이 점점 더 고도화된 미래의 어느 날에는 불편한 골짜기라는 이론은 개념으로만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