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PRO] 최근 다양한 방식의 광고가 각광 받고 있다. 광고의 오랜 방식으로 이용되어 왔던 신문과 방송광고를 비롯해 홈페이지 배너, SNS, 문자 메시지, 버스, 택시는 물론 식당의 식탁까지 사람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라면 쉽게 광고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광고의 열풍에 이제는 지하철역의 이름도 이용되고 있다. 이를 ‘역명유상병기’라고 부른다.

역명유상병기란 기관/기업/단체 등으로부터 돈을 받고 지하철 역명을 병행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역명유상병기는 지하철역 인근 기관의 역명 병기 요구에 대응함과 동시에 지하철 운영기관의 신규수익 창출을 통한 경영개선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역명 유상 병기 사업자로 선정이 되면 해당 역사 안 역명판, 노선도 등에 고유의 역의 이름과 함께 표기된다.  예를 들어 역사와 노선도에 ‘종각’역이라는 고유 역 이름 옆에 ‘SC제일은행 역’이 병행 사용되어 ‘종각/SC제일은행역’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역명유상병기는 기관이 원한다고 무조건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기준에 적합한지를 평가한 후 반영한다. 첫 번째, 인지도가 높고 승객의 이용편의에 기여해야 하는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두 번째, 대상 역에서 500m 이내 위치한 기관명이나 지명이어야 한다. 다만 500m 이내에 해당 기관이 없으면 1km 이내까지 허용한다. 세 번째, 사업자는 최고가 입찰 기관으로 선정하되 공공이미지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기관은 배제 한다. 네 번째, 1개역에 1개 명칭만 병기할 수 있고 계약기간은 3년으로 재입찰 없이 1회에 한해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역명 유상병기는 왜 고안되었을까? 앞서 지난 2013년 서울시는 적자에 시달리던 지하철 운영에 대해 경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컴퍼니에 자문을 요청했다. 이에 맥킨지&컴퍼니는 ‘돈을 받고 지하철 역명을 팔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그들은 스페인 마드리드가 ‘솔 광장역’을 ‘보다폰(이동통신업체)-솔역’으로 개명하고 약 46억 원을 벌어들인 일을 사례로 들며 권고했고, 그렇게 지난해부터 서울시의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이 시작 된 것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지난 3월 1~4호선 역 23개역(종각, 구로디지털, 합정, 신촌, 사당, 혜화 등)과 5~8호선 20개역(영등포 시장, 여의도역), 9호선 5개역 (선유도, 국회의사당, 신논현), 내년 7월 말에 개통 예정인 우이신설선 10개역을 포함해 총 58개 역에 유상 병기 사용자 모집을 실시했다. 

그렇게 많은 기관과 기업, 단체가 기준에 적합해 입찰에 성공했다. 이중 2호선 '을지로입구역'이 계약금(3년 기준)이 3억8100만원으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로입구역의 이름을 산 사업자는 IBK기업은행으로 지난해 8월부터 을지로입구(IBK기업은행)역으로 표기되고 있다. 이어 7호선 청담(한국금거래소), 4호선 명동(정화예술대)역, 3호선 압구정(현대백화점)역, 2·4호선 사당(대항병원)역 순으로 계약금 3억원을 넘겼다. 반면에 가장 싼 역은 계약금 가장 낮은 곳은 1억20만원 8호선 단대오거리(신구대학교)역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재정수익을 올림과 동시에 기관의 홍보효과를 올리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역명유상병기. 그러나 역명유상병기는 이 같은 장점의 이면에 역명 고유의 가치가 떨어지고 수익성으로 얼룩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역명유상병기에 대한 이해관계를 넓혀 효과뿐만 아니라 평가 면에서도 일석이조의 성과를 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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