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무더워지는 요즘. 공포영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단순 공포 보다는 스릴감 있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지금까지 보면서 가장 공포감 느끼고 또 스릴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같은 모습의 세트에서 펼쳐지며, 인간과 기계의 두뇌싸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인간과 인간의 욕심간의 싸움인 이야기 그리고 그 이상의 철학적 내용이 숨겨져 있는 영화 <큐브(Cube, 1997)>를 소개합니다.   

<영화정보>
큐브(Cube, 1997)
판타지, SF, 공포 // 1999.10.23. // 90분 // 캐나다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빈센조 나탈리
배우 - 니콜 드 보아, 니키 과다그니, 데이빗 휴렛, 앤드류 밀러

<17,576개의 살인미로가 당신을 조여 온다>
여섯 명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육면체의 방에 있습니다. 그들은 상대방을 모를 뿐 더러 그들이 어떻게, 왜 이 방에 오게 되었는지 조차 모릅니다. 어떤 이는 저녁을 먹던 기억이 마지막이고, 어떤 이는 면도를 한 것이 그리고 어떤 이는 아무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곧 자신들이 마치 육면체의 색깔 맞추기 퍼즐처럼 모두 똑같은 몇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감옥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섯 명의 사람들은 각각 경찰, 젊은 수학도, 여린 자폐아, 여의사, 전과자, 그리고 이 미로와도 같은 공간에 대해 말하기를 끝까지 거부하는 한 사내로 모여 있습니다. 

이 정육면체의 방들은 각각 치명적인 함정이 있고, 이들은 이 함정을 풀어 감옥 같은 방에서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일정한 시간마다 움직이는 방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숫자의 비밀. 시스템보다 더 영리해야 탈출할 수 있는 그들. 그들은 감옥같은 방에서 날아나올 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
- 철학 그 이상의 이야기  

영화 큐브는 볼 때마다 다르게 해석된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처음 접했던(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큐브는 스릴 넘치고 몰입감 높은 공포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고 철학자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큐브를 봤을 때는, 철학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라캉은 구조언어학을 정신분석에 적용(언어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분석하는)하였던 사람인데요. 이 영화에서는 언어장애가 있는 지적 장애의 사람이 최종적으로 감옥 방을 탈출할 수 있게 됨을 보여주면서 라캉의 주장했던 이론을 영화적 요소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언어구조학적인 부분을 표현한 것은 제목부터 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 속 큐브는 정방형의 좌우 26개의 줄을 갖습니다. 영어 알파벳은 모두 26개죠. 기본적인 인간의 사고 속에 담긴 26개의 알파벳 언어로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방을 탈출하기 위해 인간의 언어와 데카르트의 이론 등을 생각해 놓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하지만 이 이론으로 접근하고서도 그들은 감옥 방을 탈출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라캉이 주장한 ‘나는 생각하는 곳에서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는 곳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인간의 언어와 사고 그 이상의 것에 답이 있었고, 그런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즉 인간은 현실세계를 살아갈 때 언어 자체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처음부터 우리는 큐브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습니다. 결국 큐브는 언어적인 구조물인 것으로, 우리 인간 사고의 오류와 자만과 오만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옥방을 탈출하는 것은 언어적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뿐입니다. 27번째 방이 탈출의 브릿지가 되는 것은 언어 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27번째 언어는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우리는 실재하는 26개의 언어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과잉해석 혹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10여 년 전 라캉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영화를 접했을 때 충분히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영화 속 이야기였습니다. 평소 무서운 영화는 봐도 잔인한 영화는 보지 못하는 저이지만, 큐브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라캉의 언어 구조학적인 논리는 영화를 볼수록 그 재미가 더 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워지는 날씨, 단순한 공포와 스릴을 넘어 깊은 고민을 하고 싶다면 영화 <큐브(Cube, 1997)>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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