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애도가 넘쳐야할 누군가의 죽음이 간혹 분쟁으로 얼룩지곤 한다. 그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유산, 바로 돈 때문이다.

이처럼 망자가 직접 전달하지도, 더욱이 짊어지고 가지도 못한 이 허망한 돈은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 간 분쟁의 원인이 되는데, 분쟁의 골자는 대부분 “망자의 살아생전에 어떤 도움을 주었냐?”이다. 이는 실제 법적인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최근에 이 사실이 갈라놓은 판결이 있어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별거해온 부인이 사망했을 때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던 남편이 뒤늦게 상속 재산을 나눠달라고 소송을 낸 사건이다.

이 사진은 본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건은 이러하다. 1975년에 결혼한 A씨와 부인 B씨는 성격 차이 등으로 1982년부터 별거를 시작했다. 당시 자녀 세 명은 부인 B씨가 양육했고, A씨는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부인은 물론 자식들에게도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심지어 B씨는 연락도 없이 공장을 수차례 이전하는 등 자신의 거처를 알 수 없게 시도하기도 했다. 그 후 A씨는 부인 B씨를 상대로 이혼청구 소송도 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A씨가 유책 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 관계로만 남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심부전증으로 투병했던 부인 B씨는 2010년 5월에 사망했다. 하지만 부인의 부고 소식에도 A씨는 장례식장에 오지 않는 비정함을 보였다. 그러던 A씨가 행동이 달라졌다. 5년 뒤 자녀들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연락의 이유는 “부인 B씨가 남긴 재산 약 2억8000만원 중 자신의 상속분을 분할해 달라”는 것이었고, 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자녀들은 그간 아버지의 행동을 지켜 봐왔기에 자신들의 상속분을 유지해 달라며 맞소송을 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사건을 심리한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는 먼저 B씨를 부양했던 장남과 장녀에게 각각 B씨가 남긴 전체 재산(약 2억 8800만원)의 40%씩 상속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바로 “망자의 살아생전에 어떤 도움을 주었냐?”는 기준이 선다. 장녀의 경우 취직한 후부터 매달 생활비로 70만원씩 지급했고 어머니가 사망하기 전까지 함께 생활하며 옷과 신발, 가전제품 등을 직접 구입한 점 등이 고려되었다. 장남 역시 매월 50만원씩 ~ 100만원 가량을 보낸 점, 그리고 어머니가 심부전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한의원을 폐업하고 어머니를 간병한 점 등이 판단의 바탕이 된 것이다.

반면 남편 A씨는 B씨의 재산 형성과 생활에 기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장례식에도 와보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자식들에게 상속하고 남은 돈 중 일부만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920여 만 원이 분할되었다. 당초 A씨는 B씨의 전체 재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600만원을 챙기려 했지만, 결국 그에게 돌아간 몫은 6.7%였다.

이번 판결은 자녀는 1, 배우자는 1.5의 유산 분배 법적 기준이 반드시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바를 시사하고 있다. 망자에게 얼마나 기여했는지의 실질 적인 판단이 법적 기준에 반영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판결이 망자가 하늘나라에서도 편하게 눈감을 수 없게 하는 분쟁 해소에 선례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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