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건강한 사람의 장기, 조직 등의 일부는 병마와 싸우는 환자에게 치료의 빛이 되기도 한다. 보통 건강한 사람의 것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용되는데, 그 분야는 각막에서부터 혈액까지 아주 방대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말 의외 부분의 이식이 시작되어 세간을 경악케 하고 있다.

지난 7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서 놀라운 발표가 나왔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환자에게 이식해 장(腸)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일명 ‘대변 이식술’ 진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쉽게 건강한 사람의 똥을 환자의 치료에 이용하겠다는 말로 만우절 유머 같은 발표였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대변이식술은 유머가 아니라 실제 치료법으로, 그것도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인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대변이식술’이란 대변을 특수 처리해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용액으로 제조한 후 환자의 장에 뿌리는 치료법이다. 방법은 이러하다. 건강한 똥을 급속으로 냉동시켜 좋은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추출한 뒤 이를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에 투입시켜 장 미생물의 균형을 맞추어 대장염 등 장 질환을 치료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소화기내과와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이 국내 첫 대변이식술 전문 진료팀을 꾸리기도 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환자에게 이식한다는 점만큼 놀라운 것은 이미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공인된 치료법이라는 것이며 특히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치료법을 넘어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캡슐에 담아 먹는 방식까지 개발된 상태이다.

과연 건강한 사람의 대변은 어떠한 방식으로 모아지고 치료 용액이 되는 걸까? 2013년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는 건강한 대변 공여자의 대변을 모아놓은 ‘대변은행’이 운영 중이다. 대변은행은 혈액은행, 정자은행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대변을 기증 받아 장내 미생물을 추출,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역시 대변이식술이 시작한 만큼 지난 12일 아시아 최초의 대변은행 골드 바이옴이 설립되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맞을 준비까지 된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대장염의 일종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 환자에 한해 대변이식술을 시행한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이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 장 속에서 급격히 증가하면 독소를 배출해 설사, 발열, 혈변 등을 동반한 장염을 유발하는 질환을 말한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은 그동안 치료가 어려운 장 진환 중 하나였다. 이유는 다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쓴 항생제 치료 후 발병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항생제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변이식술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을 비롯해 항생제 내성이 생겨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치료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장 질환 환자의 치료에 이용하는 대변이식술. 이 치료법이 더욱 발전되어 향후 궤양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치료가 어려웠던 장 질환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의료에 있어 안전은 결코 제외 되어서는 안 된다. 대변이식술 역시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되어 확실하면서도 안전한 치료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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