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디자인 이연선 pro] 지난 5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직된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 종교계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청 특사단을 보냈다. 교황청을 다녀온 특사단은 “오는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예정된 유럽 순방 길에 문 대통령이 교황을 만날 계획을 세운다면 교황청이 자리를 만들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축성한 묵주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알려진 바와 같이 천주교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해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다. 그는 부인 김정숙 여사와도 성당에서 혼인 성사를 올릴 정도로 독실한 신자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다른 역대 대통령들의 종교는 어떻게 될까? 종교와 얽힌 역대 대통령들의 스토리가 궁금해졌다.

◆ 이승만 전 대통령 (개신교 장로)

개신교 장로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옛 청와대인 경무대에서 기도 모임을 여는 등 재임 기간 내내 기독교 색채를 가장 강하게 드러냈다. 군대와 감옥에서 선교할 수 있는 특권을 개신교에 몰아주고,선교자금 환율 특혜, 방송선교권까지 줬다.

반면 불교와 유교에 대해선 일제 때의 규제를 존속시켜 기세를 꺾고, 내분을 조장했다. 1954년 5월 ‘사찰 정화 담화문’을 발표와 함께 대처승(결혼한 승려) 축출에 나서, 불교계와 갈등 관계를 지속했다.

◆ 박정희 전 대통령 (무교-> 불교)

박정희 대통령 본인은 무교이지만 불교 신자인 부인 육영수씨의 영향을 받아 친불교적 행보를 보였다. 불교 재산을 마구 팔아먹고 도주하고 도적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교재산관리법’ 등을 국회에서 제정하여 불교재산 보호 했고 낡아서 붕괴되는 고찰을 복원해주었다. 불국사 등 전국 고찰을 복원한 시기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 때다.

반면, 독재정권 반대 투쟁에 앞장서고 6월 민주화 항쟁을 지원했던 천주교와는 갈등을 겪었다.

◆ 전두환 전 대통령 (불교)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불교신자였지만 1980년 ‘10·27 법난’으로 불리는 대규모 불교탄압을 자행했다. 당시 조계종 월주 총무원장이 신군부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이유다.

신군부 합동수사본부는 ‘불교계 정화수사 계획’(45계획)에 따라 군·경 병력 3만 2천여 명을 동원해 전국 5731개 사찰과 암자를 일제히 수색하고 승려 및 불교 관련 종사자 1929명이 불법 연행 및 고문피해를 당하는 등, 한국불교의 최대 아픔이자 전두환 신군부의 대표적 국가폭력 사례로 꼽히고 있다.

◆ 노태우 전 대통령 (불교)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구 동화사 신도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스스로 불자임을 밝혔다. 그는 ‘10·27법난’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전력을 만회하고자 집권 뒤 불교계와 화해하려 애썼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민정당 후보인 시절 ‘불교방송국 설립 허가’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당선 이후 공약도 지켰다. 또한 취임 직후 고향인 대구 팔공산 동화사의 통일기원대전 현판을 직접 쓰기도 했다.

◆ 김영삼 전 대통령 (개신교)

충현교회 장로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예배실을 마련해놓고 목사들을 불러 가족 예배를 봤다. 청와대에 기독교 모임이 처음 만들어진 것도 이때였다.

김 전 대통령은 직접적인 종교적 발언은 자제했으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충주호 유람선 화재 등이 잇따르자 “장로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 불상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라는 괴소문에 시달렸다. 이러한 소문을 잠재우고자 1996년 8월 박세일 정책기획수석이 종단 큰 스님들을 초청하여 청와대 불자 모임인 ‘청불회’를 만든 것도 불교계와 거리를 좁히려는 의도였다.

◆ 김대중 전 대통령 (천주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례명은 ‘토머스 모어’다. 재임 중 성당에 나가 미사를 볼 정도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지만 다른 종교와 큰 마찰은 없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천주교)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86년 송기인 신부에게서 영세를 받아 ‘유스토’라는 세례명을 얻었지만, 열심히 신앙생활도 못하고 성당도 못 나가 프로필 종교란에는 ‘무교’로 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송기인 신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연결 시켜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은 사립학교법 개정 때문에 사학 재단을 많이 거느린 기독교계와 갈등을 많이 일으켰다.

◆ 이명박 전 대통령 (기독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소망교회 장로로 유명하다. 그가 대선 후보로 있었던 17대 대선 당시 교회는 장로가 대통령이 선출되어야 한다면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종교성향을 스스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재임 시절 인사에서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권, 이른바 고소영 출신들을 대거 임명하면서 ‘소망 교회’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또한 4년동안 공식적으로 참여한 개신교 행사만 50회가 넘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무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론 무교지만 천주교와 불교에 인연이 깊다.

천주교는 박 전 대통령이 과거 천주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성심여중·고와 서강대를 다닌 것이 인연이 됐다. 1965년 성심여중 재학 시절 세례를 통해 '율리아나'란 세례명을 받았으며 당시 머리에 미사포를 쓰고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와 함께 사제 앞에 서있는 어린 박근혜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불교의 경우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영향이 크다. 불교에서는 수계를 받았으며 박 전 대통령의 법명은 ‘해당화’다.

◆ 문재인 대통령 (천주교)

문 대통령은 청와대 사저에 입주한 직후 평소 다니던 성당의 신부와 수녀를 청와대로 초청해 ‘축복식’을 진행했다. 또한 바티칸 교황청에 취임 특사단을 파견한 것도 역대 정부 중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사단장 김희중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상석을 양보하거나,프란치스코 교황이 선물한 묵주를 들고 함박웃음 짓는 모습 등 ‘가톨릭 신자로서의 대통령’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때론 종교계와 갈등을 빚거나, 반대로 화합을 이루기도 하는 대통령과 종교와의 관계. 혹자는 이번 문 대통령의 축복식과 교황청 취임 특사단이 다른 종교와의 소외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비판의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개인적인 종교 활동은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종교라도 소외되지 않게 보듬어 줄 수 있는 폭 넓은 아량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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