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물건에는 대개 만들어진 목적과 그 용도가 정해져 있다. 그래서 정해진 용도에서 벗어나 사용하게 됐을 때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다이너마이트라 할 수 있다. 노벨이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한 것은 석탄 채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지만, 이것이 전쟁에 사용되면서 살상용으로 쓰이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데 최근 이처럼 정해진 용도에서 벗어나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물건이 있다.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의 한 호텔에서 ‘해피벌룬’이라 불리는 물질을 흡입한 20대 여성이 사망했다. 해피벌룬이란, 아산화질소를 충전한 풍선을 일컫는다.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게 되면 근육 경련이 일어나 웃는 얼굴처럼 변하기 때문에 해피벌룬, 또는 웃음 풍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가스를 흡입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등 일종의 환각 효과를 느낄 수 있다하여 유흥가나 대학가 주변에서 자주 이용되곤 했다.

출처 / 픽사베이

해피벌룬에 들어간 아산화질소는 주로 치과에서 사용하는 마취제다. 의료용으로 쓰이는 아산화질소는 과량을 흡입하면 저산소증을 유발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실제 병원에서도 심박, 맥박 등을 체크한 후에 전문가의 판단 하에 투여되는 물질이다. 하지만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유로 유흥가에서 주로 사용됐고 아산화질소의 오·남용으로 사망자까지 발생하게 됐다.

이처럼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물질인 아산화질소를 어떻게 쉽게 구할 수 있었을까. 현행법으로는 톨루엔, 초산에틸, 부탄가스 등을 환각물질로 지정해 흡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아산화질소는 이러한 법에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사람들이 SNS나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관계 당국은 법령을 개정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의약품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거나 흡입을 목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를 할 예정이다. 시행령이 개정되고 나면 아산화질소를 풍선에 넣어 판매하는 행위를 경찰이 단속하고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이라도 의료용 이외에는 흡입용도로 유통 판매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아산화질소를 거래하는 사이트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포털사 등과 협의해 차단을 요청하고, 의약용품인 아산화질소를 의료 기관 등의 취급자에게만 공급할 수 있도록 해 개인에게 불법 유통될 경우 약사법령에 따라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관계 법령이 개정되면서 해피벌룬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은 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해피벌룬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관계 당국이 조치에 나선 것은 분명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잘못된 사용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은 개인의 부주의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미리 규제하는 사회적 장치가 있었다면 이러한 잘못된 사용이 발생했을까. 앞으로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남용될 수 있는 물질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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