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pro] 성경 <창세기>의 홍수 전설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는 구약성서의 중 특히 스케일이 크고 인상 깊게 남는 신비로운 이야기다. 신은 자신이 창조한 인간이 각종 죄악을 저지르자 전멸시키기 위해 홍수를 계획한다. 하지만 후에 다시 창조할 세상을 위해, 가장 욕심이 없던 인간 ‘노아’에게 방주(배)를 만들어 각 짐승들 한 쌍씩과  탑승할 것을 명령한다. 그렇게 40일간 이어진 홍수에 세상의 모든 것은 쓸려 내려갔지만 그 ‘노아의 방주’에 탑승한 생명체는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 창조의 씨가 되었다.

놀랍게도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이 노아의 방주 역할을 하는 창고가 실제로 존재한다. 바로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제도에 위치한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소’다. 스발바르는 북극에 근접한 지역으로 전체의 60%가 빙하다. 그리고 그 중심지는 10월26일부터 다음해 2월15일까지 해가 뜨지 않는 등 ‘365일 녹지 않는 땅’으로 불린다. 

인류는 이 메마르고 척박한 기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땅 깊숙이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소’를 만들어 ‘종자’를 묻어두었다. 이는 혹시 모를 미래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어 대 홍수를 대비했듯 말이다.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소에는 세계 각국 정부, 연구기관, 유전자은행 등에서 보내온 종자 88만 여종, 세계 중요 작물 종자 3분의 1이 보관돼 있다. 전 세계에 이와 비슷한 종자저장소가 1750여개 있지만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소는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저장소로 최후의 보루라고 불린다. 이런 이유로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것이다.

그런 만큼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소는 튼튼하게 지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지진’에 대한 대비다. 기본적으로 지각활동이 적은 곳을 저장소 위치로 정한 것을 시작으로, 규모 6.2 강진까지 견디는 내진 설계를 했으며,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해도 천연암반층이 보호 하도록 설계했다. 그밖에 핵무기 공격과 소행성 충돌까지 고려되어 설계했으며, 해수면보다 위에 있어 빙하가 녹아도 물에 잠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내부의 조건 역시 각 종자가 안전하게 보관 될 수 있도록 유지된다. 씨앗이 발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언제나 –18도로 유지되는 것은 물론, 재난으로 전기가 끊겨도 영하 3.5도의 냉동상태가 유지된다. 이러한 공간속에 종자는 산소와 물기가 제거된 상태로 특수 밀봉되어 보관된다.

스발바르 국제 종자 연구소에 보관된 각 종자는 그것을 맡긴 국가 또는 연구소의 소유로 종자에 대한 주도적인 관리와 점검도 그들이 책임진다. 한국 역시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가 2008년 6월과 9월에 보리, 참깨, 콩 등 30종 1만3185점을 이곳에 보내 보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지난 22일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소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입구 근처로 물이 흘러들고 있었던 것이 확인된 것이다. 관리회사 대변인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예년보다 기온이 높고 비가 많았기 때문에 입구에서 창고로 향하는 터널이 약 15m 높이까지 침수되었다. 이에 입구 부근의 변압기를 이동시키고 안쪽에 방수벽을 설치하는 등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다. 다행히 아직 종자들의 피해가 없는 상태이다. 

만약에 사태를 대비해 인류의 최종 보루로 만들어둔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소’. 종자의 보관을 넘어 인류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한 재난 대비책을 강구하고 또 다른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