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팝 아트(Pop Art) 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나요? 19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시작된 미술의 한 경향인데요. 대중사회의 매스 미디어 이미지. 예를 들어 신문의 만화, 상업 디자인, 영화의 스틸(still), TV 등을 주제로 삼아 작품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팝아트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유럽, 한국 등 전 세계적으로 퍼져갔고 지금도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죠. 

팝 아트를 대표하는 화가라고 하면 ‘앤디 워홀’을 많이 떠올리지만 앤디 워홀 전에 대중 만화를 이용한 팝 아트로 유명세를 떨치던 화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ein) 인데요. 앤디 워홀보단 이름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아하!’ 하며 알게 됩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ein)  (출처/위키미디아)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처음에는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그렸지만 1961년쯤에는 만화로 관심을 돌려 일상품과 만화, 광고 등 기성 이미지를 독자적인 스타일로 제작했습니다. 그가 재해석한 작품을 살펴 볼까요?

첫 번째 작품 차 안에서 (In the Car, 1963)입니다.

차 안에서 (In the Car, 1963) (출처/위키미디아)

이 작품은 DC코믹스 1950년대 만화책 시리즈인 소녀들의 로맨스(Girls’ Romances)의 78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한 것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 했습니다. 그림 속 여성은 금발 머리, 글래머 체형의 젊은 미녀로 할리우드 영화가 만들어 놓은 미인 아이콘의 전형을 따르고 있죠. 리히텐슈타인은 1950년대와 1960년대 대중문화가 완성한 여성 이미지를 남성적 시각으로 담아 표현했습니다.

다음 작품도 보실까요? 익사하는 여자(Drowning Girl, 1963)와 절망(Hopeless, 1963)입니다. 이 두 작품은 1960년대 DC코믹스의 시리즈였던 ‘RUN FOR LOVE’의 한 장면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인데요. 

익사하는 여자(Drowning Girl, 1963) (출처/위키미디아, 플리커)

이처럼 리히텐슈타인은 1960년대 전쟁만화, 연애만화 등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만화를 각색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특히 주로 감정적으로 극적인 순간을 다루는데요. 원작을 크게 바꾸기보다는 윤곽선을 더 굵게 하거나, 머리 색을 바꾸는 등 최소한의 변형만을 가하여 자신의 작품으로 탄생시켰죠.

그림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마치 점으로 그린 듯한 표현이 있는데요. 이 점이 리히텐슈타인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선명한 검은 색 테두리와 형태를 메우고 있는 점(dot)들은  벤데이 점(Benday Dot)이라고 하는 이 망점입니다. 이는 그가 직접 드로잉하고 채색한 것이 아니라 구멍이 뚫린 판을 사용하여 색점들을 만들어내는 매우 기계적인 작업으로 탄생한 거죠. 

절망(Hopeless, 1963) (출처/위키미디아)

작품에 대해 어떠한 개성의 흔적도 드러내지 않은 팝아티스트의 중립적인 냉정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며 이것이 바로 추상표현주의와 구별되는 점입니다.

리히텐슈타인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미덕이던 시절 "오늘날 예술은 우리 주위에 있다"고 선언한 화가 입니다. 가장 미국적인 매스미디어를 가장 미국적인 매스미디어 방법으로 담아냄으로써 미국과 미국인의 전형을 보여주었죠. 그는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지를 고민했으며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진정한 팝아티스트입니다.

팝 아트의 화가로 앤디 워홀만 알고 있던 분이라면 리히텐슈타인 작품도 한 번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앤디 워홀과는 또 다른 팝아트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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