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광윤 칼럼니스트]   박근혜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을 일컬어 ‘근혜노믹스’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근혜노믹스의 핵심은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의 창출, 경제 민주화, 맞춤형 복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보․통신 기술을 산업 전반의 혁신과 접목시키겠다는 것이고, 이것은 ‘창조 경제’로 명명되고 있다. 경제 민주화는 ‘공정한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재벌의 크기나 몫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야권의 정책 노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맞춤형 복지는 복지 재정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때로는 선별적으로 때로는 보편적으로 복지 수요에 대처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럼으로써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근혜노믹스는 보수 정부로서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흐름이자 국민적 필요에 상당히 부응하겠다는 취지이다. 대체로 바람직하다. 대폭 늘어나는 재정 수요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을 늘리기보다는 재정 운용을 알뜰히 하고, 조세 감면 제도를 축소하며, 탈루 소득을 줄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혜노믹스의 향방을 가늠하기는 쉽지가 않다.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했듯이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려고 할 것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지금 근혜노믹스는 거의 원안대로 속속 추진되고 있다.

   그럼, 근혜노믹스는 성공할 것이라 봐도 좋은가? 물론, 어느 누구도 예단할 수는 없다. 필자는 적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근혜노믹스가 성공하려면 세입이 당초 구상대로 충족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행복 10대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매년 평균 27조 원씩 5년 동안 135조 원의 ‘국민 행복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 재원 가운데 60퍼센트 정도는 정부 스스로 예산을 아낌으로써 조달하고, 나머지 40퍼센트는 세원을 넓히는 방식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정부의 예산 절감은 당연지사이지만, 대통령의 의지대로 관철될 것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 정부라고 하지만, 여기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입법부, 사법부, 공공기관까지 포함된다. 혹자는 ‘우리나라 정부의 연간 예산액을 절반만 줄여도 정상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동안 정부 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행정부는 각 부처별로 국리민복보다는 부처이기주의에 따라 불요불급한 예산 편성이 관행화되어 있고, 그 사용에 있어서도 부조리한 측면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국가 재정의 감시자가 되어야 할 국회가 오히려 방만한 예산 편성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예산 절감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과연 대통령이 국회를 어느 정도 설득해서 관철시킬 것인지 주목되는 일이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조세 감면 제도를 축소하고 지하 경제를 양성화함으로써 세원을 넓히겠다는 구상 역시 너무나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조세 감면 제도를 축소할 경우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 그리고 조세 감면 제도의 수혜자 대다수가 약자 부문이거나 국가 전략 산업 부문이기 때문에 이것을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에 국가 경제 혹은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 딜레마이다. 지하 경제의 양성화는 더 어렵다. 정부가 추산하는 지하 경제의 규모에도 의문이 따르지만, 아무리 조세 당국이 그 역할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탈루 소득을 적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조세 당국이 세무 조사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데, 이런 일이 계속될 경우에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아무튼 세입이 뜻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 성장이 순조로우면 앞서 언급한 다소의 진통이 묻힐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내외 사정으로 보건대,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 세계 경제 흐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가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에 잘해야 3% 정도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 경제’가 지식정보 시대에 들어맞는 패러다임이지만, 이것이 잘 가동된다 하더라도 그 가시적인 성과는 많은 시간이 지나야 나타날 것이다. 일자리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경제 민주화 역시 ‘양날의 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제 주체, 특히 대기업이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경제 성장이 대기업의 역량에 상당히 달려 있는 현실에서 대기업이 자칫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만일 정부와 대기업 사이에 전선(戰線)이 형성될 경우에 대기업은 어떤 계기를 만나면 정부 정책을 뒤흔들 것이다. 그래서 ‘당근과 채찍’의 병행이 불가피하다.

   노동계의 반응도 중요한 대목이다. 사실, 경제 성장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각 경제 주체 간의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고통 분담’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고, 계층 간, 노동자 간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런데 기득권을 쥐고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고통 분담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없을 경우에는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나 국민대협약기구를 가동하더라도 대타협의 실현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계 및 노동계와 허심탄회하게 대화 테이블을 만들어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다 함께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근혜노믹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창조 경제’이다. 그러나 ‘창조 경제’만으로는 안 되고, ‘창조 사회’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창조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이 창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교육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내려질 수 있지만, 필자는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국민교육헌장’에 나오는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계발하고”라는 구절이 가장 창의 교육에 본질에 가장 부합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유감스럽게도 이와는 현격히 다르다. 서열화, 집단화의 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 경쟁력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지도 못할뿐더러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 모든 학생을 거대한 원형감옥에 가두어 두고 있는 본말 전도의 교육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교육으로는 ‘창조 사회’는커녕 ‘국민 불행 시대’를 열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요약컨대, 근혜노믹스의 근본은 올바르고, 현실적합성도 어느 정도 구비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환경이다. 바꾸어 말해서 근혜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 목표에 집착하여 원안을 밀어붙이려 하기보다는 관련 주체 혹은 국민 다수와 충분히 소통하면서 가닥을 잡아나가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공약의 수정도 각오해야 한다. 어차피 근혜노믹스는 1,2년 안에 성패가 갈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음 정부도 이어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제도로서 시대 흐름으로서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참모와 관료들은 근혜노믹스의 세세한 계획과 점검을 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은 큰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국가 전반에 근혜노믹스가 스며들 수 있도록 끊임없이 대화하고 경청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 근혜노믹스가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닿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생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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