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연선 pro] 초여름 전, 봄이 정절에 다다르면 아주 잠시만 창문을 열어두거나, 차를 세워두어도 연둣빛의 먼지가 금세 수북하게 쌓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잿빛의 미세먼지 그리고 황토빛의 황사와 더불어 선선한 봄철 창문 열기를 두렵게 만드는 이것, 바로 ‘송홧가루’다.

‘송홧가루’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나무에서 나오는 꽃가루로 보통 많은 식물이 수분을 시도하는 4월~5월 경 송홧가루가 가장 심하게 날린다. 송홧가루를 확대하면 두개의 큰 공기주머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바람에 잘 날라 다닐 수 있는 것이다. 형태는 노랗고 연두빛이 나며 고운 가루인 것이 특징이다.

송홧가루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소나무의 번식 방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곤충,동물, 사람에 달라붙어 널리 퍼지며 수분을 하는 식물과 달리, 소나무는 풍매화에 속하는 식물로 대량의 꽃가루를 만들어 바람에 날려 보내는 방식으로 수분을 시도한다. 이에 번식을 해야 하는 봄철이 되면, 소나무는 많은 꽃가루 즉 송홧가루를 만들어 바람에 실어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송홧가루를 날리는 계절이 되면 유해성에 관한 궁금증이 많이 거론된다. 일단 송홧가루는 봄철 코와 기관지로 들어와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봄철 송홧가루가 날리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히려 더 적은 양인 꽃가루보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이키는 경우는 더 적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송홧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봄철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반면 송홧가루는 장점이 많은 물질이기도 하다. 그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아 한약재와 식용으로 사용되는데, 조습, 수렴, 지혈하는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 ‘송화분’으로 사용된다. 이 송화분은 황수창, 피부습진, 미란, 영아의 소변에 의한 피부염, 외상출혈에 쓰인다.

또한 달짝지근한 솔 향 때문에, 송홧가루를 모아 식용으로 먹기도 한다. 먼저 궁중음식으로 유명한 다식과 면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데, 방법은 내려앉은 가루를 모아 물에 침전시켜 송진과 독을 제거한 후 다식이나 면을 만들 때 섞는다. 또 특유의 향이 좋아 주류에 섞어 먹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식용으로 관리된 송홧가루에 한정되므로 도심 등에서 아무렇게 방치된 송홧가루를 섭취하는 것은 다른 성분이 섞여 매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삼가야 한다.

이처럼 봄철 생활에 방해가 되지만, 이로울 것 하나 없는 미세먼지와 황사와 다르게 이롭게 사용되기도 하는 ‘송홧가루’. 송홧가루로 인해 잦은 청소, 세차 등 귀찮은 상황이 발생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4계절 뚜렷한 대한민국의 현상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봄에 내리는 ‘연둣빛 눈’이라고 말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