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눈에 보이는 것을 훔쳐야만 범죄일까. 최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이를 둘러싼 잡음이 끊임없이 들리고 있다.

음악, 영화, 책, 논문, 제품 등 문화와 산업 등 넓은 분야에 걸쳐 표절, 도용, 카피, 초상권 침해, 저작권 침해 등의 이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적 재산권 분쟁’. 최근에는 드라마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10일 법원은 유명 드라마 작가가 집필 중인 작품의 권리를 넘겨받고도 약속한 대가를 주지 않은 외주 제작사 대표 김 모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당초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은 김 모씨가 항소했지만, 이를 기각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애초에 김씨는 2012년 12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드라마제작사 대표 박모씨로부터 이 업체와 계약을 맺은 유명 드라마 작가 A씨가 집필 중인 작품에 대한 권리 일체를 5억7000만원에 넘겨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 후 방송국 편성이 확정되면 한 달 안에 3억7000만원을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첫 방송이 나간 지 10일 안에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멋대로 해당 작품에 대한 판권 등을 판매했다. 그리고 다른 방송 외주제작사와 공동제작계약을 체결했다가 첫 방송이 나가기 직전 결국 권리를 포기했다. 김씨의 이런 행동 때문에 처음 계약을 맺었던 박씨는 손해를 보게 되었고, “김씨가 처음부터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었는데도 계약을 맺어 자신의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계약을 믿고 소중한 지적 재산을 넘긴 당사자에게 김씨의 행동은 분명 큰 범죄였던 것이다.

그런데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지적 재산에 대한 지불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개인적으로 20억 원의 빚을 져 직원들 임금이 체불돼있었고, 은행에서 받은 대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 피해자 박씨와 작가 A씨는 또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법원은 김씨가 TV 드라마 작품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양수받더라도 그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해 지난해 8월 1심에서 김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입이 열 개여도 할말이 없어야 할 김씨는 항소했다. 그런 그에게 2심 재판부는 “김씨가 5억7000만원을 지급할 것처럼 피해자의 회사를 기망해 피해자 회사로부터 작가 계약자 지위를 양수한 이상 김씨로서는 5억7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1심에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방송 외주제작사 대표 김모(43)씨의 상고를 기각해 형이 확정되었다.

물건을 사기위해서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은 6살짜리도 아는, 어쩌면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경제 논리이다. 보이지 않는 지적 재산도 마찬가지이다. 자칫 그림 한 장, 노래 한 소절, 글 몇 장...이렇게 사소하게 치부할 수 있지만, 원작자는 그것을 위해 수많은 노력과 창작의 고통을 감수했을 것이다. 당국은 지식 재산을 함부로 여기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건에 단호한 처벌로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적 재산에 대한 보호가 잘 이루어져야만 문화, 산업 등 전반에 걸친 질의 상승을 도모할 수 있다는 시각이 우리 사회에 깔리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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