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TV 중계를 통해 보는 스포츠는 생동감이 넘치고 눈을 뗄 수 없는 속도감에 심장이 쿵쾅 쿵쾅 요동칩니다. 그림으로 표현한 스포츠는 어떨까요? 물론 TV 영상처럼 빠른 속도감은 없지만 마치 슬로우 모션의 한 장면처럼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표정과 경기장의 분위기를 더욱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림을 먼저 볼까요?

이 그림은 미식축구 선수들(The Football Players, 1908)입니다.

미식축구 선수들(The Football Players, 1908) (출처/위키미디아)

그림 속 스포츠는 우리가 ‘럭비’로 알고 있는 미식축구 장면입니다. 편은 노란색과 빨간색 줄무늬 팀(이하 노란색 팀)과 하늘색과 하얀색 줄무늬 팀(이하 하늘색 팀)으로 나눠져 있는 것 같네요. 먼저 공을 잡아서 경기에 유리한 팀은 하늘색 팀인 것 같습니다. 노란색 팀은 하늘색 팀의 독주를 막기 위해 공을 잡은 선수를 저지하는 등 과격한 몸싸움이 일어날 것 같이 보이네요.

인물들의 표정을 보면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밝아 보입니다. 공놀이에 흠뻑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요? 중계에서 보는 선수들은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들이었는데 그림 속 선수들의 밝은 표정이 그림의 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만들어줍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표현된 부분은 화면의 깊이감과 인물의 율동감입니다. 화가는 두 대각선이 만나는 지점을 투시점 가운데로 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바닥의 색은 멀어질수록 짙어져 원근감이 느껴집니다. 질서 있게 대열을 이룬 선수들 중 하나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을 던지자 다른 선수들이 제각기 반응을 하는데, 덕분에 정지된 그림 속에서도 연속된 시간을 느낄 수 있죠.

작품이 그려진 1908년에는 축구가 런던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영국-프랑스 경기가 열려 온 나라가 스포츠 열기로 들떠 있었을 때 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 영화가 출현하며 인기를 끌고 있었죠. 마치 움직이는 선수들을 일시 정지 시켜놓은 듯한 이 그림은 초기 희극 영화 속 인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아 그림의 희화적 효과가 돋보이죠.

이런 그림을 그린 사람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입니다.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자화상 (출처/위키미디아)

앙리 루소는 당시 시대적 변화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의 구도를 연상시키는 회화 작품을 그렸습니다. 소재는 현실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루소는 이 평범한 재료에 상상력을 집어넣어 전혀 새로운 <미식축구 선수들>을 그려낸 것이죠.

이처럼 루소는 특이한 화풍 때문에 당시에는 인정받는 화가는 아니었습니다. 아카데미 출신의 공식 화가가 아니라 파리 세관 근무소에 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기에 당시 평론가들은 그를 세관원이라는 의미인 ‘두아니에(Le Douanier)’라는 별명으로 불렀죠. 

스스로를 늘 리얼리스트라고 이야기 하고 아카데믹한 사실주의를 동경했지만 그는 아카데믹한 색채, 비례, 원근법을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각각 따로 그려 오려 붙인 듯이 배치되어 있죠.

또한 그가 그린 초상화는 모델과 닮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초상화 속 인물들은 거대해 보이고 강력하고 만져질 것 같은 중량감은 가지고 있었지만 인물 특유의 개성이 없죠. 그가 뚜렷한 윤곽선과 단일한 색채로 공들여 그린 대상들은 초상, 풍경, 정물 모두 뻣뻣하고 평평한 느낌을 강하기에 초상화를 의뢰했던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에서만 봐도 루소가 얼마나 독특한 가치관을 가졌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의 영혼을 지닌 것 같은 루소. 1909년 사기 사건에 휘말린 루소가 재판에서 “내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가장 피해를 당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예술 그 자체일 것이다”라는 말로 자신을 변호했는데요. 

비록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정말 진지하게 그림을 대한 루소. 자신을 위대한 화가라고 믿으며 완성한 그의 독특한 화풍은 현대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오늘은 그의 독특한 화풍의 그림들에 빠져보는 것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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