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pro] 강대국으로 부상한 나라들은 세계의 경제 안보 등 정세를 자국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나가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까지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고 하는데, 이런 이유로 군사적, 경제적 힘을 갖추기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는 비단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 ‘국가’라는 개념이 만들어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쭉 이어져왔다.

이와 관련해 오랜 시간 강대국이었던 미국은 물론 급부상한 중국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경쟁하듯 나서고 있다. 이때 ‘팍스(PAX)’라는 개념이 종종 거론되곤 하는데, ‘팍스’는 라틴어로 ‘평화’를 의미한다. 국제 정치학에 대입해 보면 ‘팍스’는 중심국가의 지배에 의해 주변국가가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미국이 주장하면 ‘팍스 아메리카나’, 중국이 주장하면 ‘팍스 차이나’가 되는 것이다. 

당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이 세계 중심국으로 떠오르며 ‘팍스 아메리카’를 내세웠다. 그래서 실제 세계의 경제와 안보 문화 등 국제 정세가 미국의 큰 영향권 아래에서 움직였다. 그런데 지난 2013년 이후 중국이 군사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면서 세계의 평화 즉 ‘팍스’를 중국의 권력아래 두려하는 움직임을 보이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팍스 차이나’를 직접 언급하며 정권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세계의 평화, ‘팍스’의 주도권은 과거부터 힘을 가진 나라에서 또 다른 힘을 가진 나라로 옮겨져 왔다. ‘팍스 아메리카나’ 이전엔 영국이 그 중심을 쥐려한 ‘팍스 브리태니카’, 더 과거에는 로마가 그 중심이었던 ‘팍스 로마나’가 있었다. 그리고 팍스 차이나 역시 과거 원나라 시대에 ‘팍스 몽골리아’라고 불리며 추진되기도 했다. 이처럼 팍스라는 용어가 통용된 것은 근대에 이르러 서지만 그러한 움직임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이 ‘팍스 차이나’를 주장하며, 원나라 시대의 ‘팍스 몽골리아’를 거울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중국이 세상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중화사상’이 지금의 ‘팍스 차이나’와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 중심이 된 행보가 실크로드의 모든 국가를 정복해 동서양 교통과 교역의 길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중화사상을 시진핑 주선은 ‘팍스 차이나’라는 이름 아래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2013년 세계에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선포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중심이 되어 아시아와 중동, 유럽대륙을 잇는 육상실크로드 경제권을 만들고,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길을 잇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복원하려는 정책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시진핑이 집권한 중국은 지금 그 ‘중화사상’의 다른 이름이라 할 ‘팍스 차이나’를 꿈꾼다”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실크로드 복원뿐만 아니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해 주변국을 가입하게 함으로써 경제 부분에 있어서도 미국과 경쟁구도를 만드는가 하면, 영향력이 빠른 대중문화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감행하며 세계 곳곳에 침투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할리우드가 세계 속에서 화려한 꽃을 피웠듯 말이다. 이렇듯 중국은 각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팍스 차이나' 시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밀접한 우리나라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실제 AIIB에 가입하는가 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을 쉽게 볼 수 있다. 국제적인 평화에 일조하며 협력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은 좋은 움직임이다. 그러나 강대국의 영향력에 위축되어 국가의 자존심을 바닥까지 내려놓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의 힘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팍스 아메리카’든 ‘팍스 차이나’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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